홍콩직딩이야기
지하철로 출근하는 길.
오늘 하루는 어떻게 좀 시간이 빨리 갈 수 없을까? 뭘 같이 하면 덜 지루할까?
합병 이후에 우리 팀의 일은 조금씩 무료하게 느껴진 건 사실이다.
처음에 내가 이 포지션을 구했을 때와는 달리, 프로젝트 서포트를 위한 팀으로 되어버렸고 더 이상 새로운 딜이 프로젝트 매니저인 나한테 할당이 안되었다. 신입이었지만 내가 처음부터 셋업 해서 끝까지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재미있었는데.. 지금 하는 패널 퀄리티&관리&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체킹 하는 과정의 업무는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워라벨을 너무 추구하시는 라인 홍콩 매니저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합병 이후 중국 대륙 매니저는 팀과 융합이 잘 되지 않은 체 불만은 토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마주친 중국 대륙 매니저와 이야기가 오고 갔다.
회사 생활이 어떤지 지금 하는 일은 어떤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당연히 매니저 앞에서는 현재 내가 생각하는 부분들을 사실대로 다 말할 수는 없었으나, 혹시 다른 챌린징 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더 배울 수 있다라면 야근 부분에서도 굉장히 오픈마인드라고 이야기도 했다.
돌아오는 대답 중 하나는 현재로서는 우리 팀 업무가 바뀌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흥분된 상태에서 지금 홍콩 매니저 이야기를 했다. 이런저런 회사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중 나의 뇌리에 박히는 이야기가 있었다.
" 너랑 매니저랑 하는 일이 같은데 그 매니저 얼마 받고 있는지 아냐면서...근데 그 매니저는 자기가 한일만 딱 하고 더 많은 걸 알려고 하지 않는다.. "
순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합병이후에 두 매니저는 둘다 싫어하구나 라고 알았으며 일에 대한 지루함이 있었지만 플러스로 더욱 사기가 꺽힌건 사실이었다.
전체의 팀을 생각해야 되는 매니저의 입장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절대 좋지 않다고 생각이 되었고 내가 하는 일이 더욱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나는 더욱 배우고 할 열정이 있는데 회사의 방침 상 이 재미없는 일을 해야 하니 현재 시간이 낭비되는 기분이었다. 또한 우린, 우리의 시간을 지불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 회사원 아닌가?
그날 우연히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고곤 분투하고 엔지니어 분의 관한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제가 이직을 결정하는 순간은 바로 이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예요.
첫째, 재미있는 일인가
둘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셋째, 지금 내가 멈춰있다고 생각하는가.
세상에 하루 종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어디에 있나요? 계속 지겨 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미치도록 일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머리에 불꽃이 튀거나 가슴이 뛴 기억이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았습니다.
기사를 읽고 어디에 맞은 듯 머리가 번쩍이였고 나도 모르게 나의 수첩에 첫째, 둘째, 셋째를 적었다.
결국, 내 마음속에서 정말 결정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