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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호 Mar 30. 2019

나는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는 대표입니다 (1)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쓸까말까 망설이다가 연재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창업을 고민하고 있거나, 저와 같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일런 머스크, 제프 베조스, 브라이언 체스키 같은 위대한 창업가의 성공신화 재현을 꿈꾸며 회사를 시작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혁신적인 아이템, 남들보다 뛰어난 나의 재능에 대한 믿음, 성공했을 때 돌아올 엄청난 부와 명예... 이런 것들은 창업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한다. 주변의 반대와 걱정은 오히려 "내가 왜 못해? 뭔가 보여주겠어"라는 아드레날린으로 변하고 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이미 허준, 이제마와 더불어 의사학 교과서에 기록되는 위대한 인물이 되었어야 했다.

내가 요즘 자주 언급하는 마이크타이슨의 명언. (이미지 출처 미상)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주둥이에 한 대 쳐맞기 전까지는..."


 그렇다. 쳐맞아봐야 알수 있다. 강펀치를 쉴 새 없이 쳐맞고, 쓰려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해봐야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앞으로 버텨내야 할 라운드가 몇 개나 남았는지가 비로소 온몸으로 느껴진다. 링에 오르기 전까지 수없이 머릿속에 그려온 "가벼운 잽으로 상대를 간보다가 오른쪽으로 피하고, 회심의 왼손 어퍼컷으로 KO승"을 하려던 내 계획은 간데 없고, 그저 버텨내기에 급급해진다.


"시간 ㅈㄴ 안가네 ㅆㅂ"

"고마해라 마이 무그따 아이가" (이미지 출처 : 영화 '친구')




 대부분의 사업이 비슷하겠지만, 기술 기반의 기업들은 첫 제품(서비스)가 나올때까지 많은 인력과 시간, 그리고 비용이 투입된다. 그리고 그 제품이 수익까지 연결되는데까지는 예상치 못한 정말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부른다.

이미지 출처 : 포브스


 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한지 4년. 지금의 회사는 벌써 2년 반이 지나도록 여전히 데스밸리를 헤매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아주 아주 아주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혹시나 망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전문직 자격증이 있고, 4년 동안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서 창업한지 1년 만에 존경스러운 투자자를 만나 소소한 exit을 했고, 받은 인수금을 기부하여 업계에서 명성도 얻었다.



(너무 많이 자랑한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 한 번 자랑할 때마다 맘 속으로 10만원씩 까고있습니다. 앞으로 400번만 더 자랑할게요.)


 몇 년째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나와 회사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위대한 투자자이자 멘토이자 오너인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죄송합니다. 원장님ㅠㅠ (이미지 출처 : SBS 미운우리새끼)


 "니가 하는게 무슨 스타트업이냐, 호강에 겨웠네"라고 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람은 항상 자기 중심적이니까... 죽을 것 같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압박감과 스트레스, 외로움, 미안함, 자책감을 겪어온 사람으로서, 천천히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보려고 한다. 누군가에는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열심히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잘 하는게 중요하죠. 프로잖아요."


아마추어 대표가 고백합니다.


"나는 죽음의 계곡을 지나고 있는 스타트업의 대표입니다"

(이미지 출처 : Desert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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