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서서

by 돌안개 석연

문득

가을을 맞잡고 서면

홀연히 다가온 이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운 욕심마저

고스란히 내려놓고

겸손해져야 할까

세찬 비바람에도 끝끝내 놓치지 않고 붙들어두었던 미련도 욕심도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해져야 할까

훨훨 훌훌 떨쳐버리고 날려버리고

빈 가지로 빈 줄기로 가볍고 간결하게 살아가야 할까

열중

무엇이 그리도 열중하게 했을까

미련일까 욕심일까 오기일까 한가닥 기대일까

어느 날 문득

그 열중마저 식어버리면

다 떨어진 낙엽 앞에 난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까


사실은

그렇게 하고 싶다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운 욕심마저

고스란히 내려놓고

다가온 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싶다


세찬 비바람에도 끝끝내 놓치지 않고 붙들어두었던

미련도 욕심도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해지고 싶다

훨훨 훌훌 떨쳐버리고 날려버리고

빈 가지 빈 줄기로 가볍고 간결하게

살아가고 싶다


가을에 서면

빈 가지 끝에 매달린 한 잎 잎새처럼

내 마음의 가을을 돌아본다



돌아서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냥 이대로 차분해지고 아름다운 가을

그냥 이대로 고맙고 감사해지는 가을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말라가면 말라가는 대로

떨어지기 전

말라가기 전

열중하며 살아왔던 시간

이제 차분하게 뒤돌아보고 정리하며

남은 시간

또 다른 준비를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긴 겨울 뒤에 올 봄을 기대하며

말없이 소리 없이 끈기 있게 준비하는 겨울을 다짐하며

지금은 잠시 이대로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와 닿는 대로 편안히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