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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Apr 29. 2024

자살기도와 보호병동 그리고 회복기의 이야기

<기대어 버티기>를 읽다가

그와는 오래전 여행길에 만나 2~3주 정도 함께했다. 밤에는 함께 별을 보고 도미토리 방으로 돌아와 수다를 떨고 낮에는 함께 바닷속을 구경했던 사이다.


그는 그 힘들다는 자영업을 6년째 운영하고 있다.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잘 나가는 사람인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이메일 구독으로 글을 연재했고, 거기에 쓰인 글에는 그의 공간이 얼마나 힘들게 시작됐고 얼마나 큰 고비들을 넘겨왔었는지 적나라하게 나타나있었다.


코로나19라는 무시무시한 악마가 세상을 덮친 후 공간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건 얼핏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마음의 병이 찾아왔을 것이라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 마음이 여리지만 속이 단단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잘 견뎌낼 것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정말 깊은 잠에 들어 영영 깨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폐쇄병동(이젠 보호병동이라고 한다고 한다) 들어갔다는 건 그의 sns로 짐작했었지만 정말 영영 사라져벼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릿했다.


아마 책을 쓰면서도,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많이도 울었을 것이었다. 아직 3분의 1밖에 읽지 않았는데도 여러 페이지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먹먹했던 적이 있던가.


세상을 등지고 떠나버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본인이 힘든 줄도, 삶이 버거운 줄도 모르는 채로 세상의 짐을 너무나 묵묵히 짊어지는 사람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누가 봐도 멋져 보이는 삶, 대단해 보이는 커리어 뒤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좌절, 실망, 고통, 증오, 분노, 외로움이 뒤엉켜있다.


책을 끝까지 읽더라도 온전히 그의 삶을 나는 감히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고 섣불리 걱정하거나 위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시간이 흘러 문득 생각날 때 조용히 그의 공간을 들러보거나 먼발치에서 응원하고 기도하는 것이 좋겠다.


그가 사장이라서, 작가라서 대단하다, 멋지다는 말 대신 그냥 그 사람이라서 오래오래 응원하고 싶다. 세상에 마음을 다친 수많은 사람들을 아무 조건없이 응원하고 싶다.


별은 주변이 밝으면 당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변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별은 빛난다. 그 어둠 속에 침잠했던 시간들을 사람들과 사랑하는 힘들로 버텨내고 열심히 반짝거리고 있구나. 그 반짝임이 참 반갑고 예쁘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잘 버티어 줘서 대견하다.


합정 문학살롱 초고


우리는 누구나 힘든 순간을 버텨낸다. 혼자라면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 책을 다 읽진 않았지만 2부에서는 퇴원 이후의 과정이 그려진다. 주변의 다정함과 사랑하는 마음들, 본인만의 명랑함으로 치유의 길을 걷고 있는 거겠지.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사랑해야 할 이유는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서로 기대고 버틸 등을 내어주는 일. 멋지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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