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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Sep 05. 2021

영화 <코다coda>

현실과 꿈을 대하는 자세

*스포주의


영화 코다. 라라랜드의 음악 감독이 참여한 영화라고 하기에 티저가 나올 때부터 보고 싶었다. 역시나 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라라랜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따뜻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정말 좋았다.


나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루비가 처한 상황과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대하는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짤막하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여주인공 루비는 청각장애인인 가족들을 도와 새벽같이 고기잡이 배에 올라타 일을 돕는다. 그리고 학교에 간다. 생선 냄새가 난다고, 가족들이 농인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히 친한 친구 한 명은 있다.


그러다 루비가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는데, 합창단 선생님은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음대 지원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루비 자신 또한 노래를 부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을 느낀다며 그 열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루비는 대화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가족들을 대신해서 수어번역을 해주는 등 가족들이 루비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상황이었다. 루비는 그런 현실과 음악이라는 자신의 꿈 사이에서 대단한 열정과 현명한 자세를 보여준다.



우연히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스승을 만난 루비. 스승은 따로 루비를 불러 음대 준비를 도와준다. 마일스와 듀엣곡 연습도 하고, 레슨도 받고, 학교도 가는 것이다. 그 와중에 새벽 3시에 일어나 고기잡이 일을 돕는다. 루비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받을 만큼 어업은 점점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 심지어 고기잡이를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들은 루비가 음대에 가지 않고 열심히 가족들을 도와 일을 하기를 바란다. 가족들이 망하길 바라냐는 말을 하는데 어떻게 쉽게 현실을 뿌리칠 수 있을까.


나는 그 부분에서 루비가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묵묵히 일을 해나가면서도 꿈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위로받았다. 루비에게 내 모습을 투영시켰던 것 같다.



‘난 어차피 대학에 못 갈 거야, 형편도 어려운데 나라도 집안에 보탬이 돼야지. 커피도 재밌고 할만 할 것 같아.’


대학을 보낼 돈은 없다는 아버지의 말은 나의 사고를 딱 그만큼만 하도록 만들었다. 어린 아이처럼 하고싶은 걸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도 같다. 제한된 상황에 놓여져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꿈을 좇으려고도,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루비는 용감했다. 자기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간절한지 가족들에게 표현하고 또 표현했다. 자신이 가족들을 위해 희생했던 어떤 것도 전혀 당연하지 않으며, 너무 지쳤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음 표현하기를 잘 못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았다.





등장인물의 모든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보는 내내 감정의 파도가 물결쳤다. 눈물을 억지로 쏙 빼놓는 장면이 아니라 잔잔하게 슬픔이 밀려왔다가 또 설레는 장면도 나오고, 가슴 뛰는 장면도 나온다. 이것은 지극히 우리가 겪어나가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드라마틱한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감동이 아니었을까?


이따금씩 지금의 나는 루비처럼 살아가고 있는가를 질문하며 인생을 살고 싶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해야 하는 일들이 우리들의 삶에는 차고 넘친다. 그런 하기 싫은 일들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설사 가슴 뛰는 일이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내가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용기를 끊임없이 가지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사는 게 행복이지 않을까? 그 용기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 책이 됐든, 친구가 됐든, 애인이 됐든, 취미생활이 되었든 간에 작은 성취나 믿음의 말들이 주변에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루비가 현실 속에서 꿈을 놓지 않았던 데에 큰 역할을 음악 선생님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도 가까운 사람을 지지해주고 있는지 아니면 나무라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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