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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Oct 06. 2024

행복해지는 방법

행복은 즐거움의 빈도라고요?!


서은국 교수


요즘엔 글쓰기를 위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날이 없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앉아서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었다. 운동도 하고 연애를 하며 몸도 마음도 전보다 더 건강해진 나는 글이 잘 써지는 외로운 감정과 고독감, 울적함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생각이 많아질 때 글이 잘 써진다. 고민과 걱정이 많을 때 일기장을 가장 많이 적게 되고 페이지 수도 두 배 이상 많아진다. 글로써 마음에 쌓인 것들을 해소했었으나 이제는 운동을 하며 그 짐을 나눠 가지게 되었다.


이런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자주 쌓이면 좋은 점이 있다. 인생이 더 이상 암울하지 않다.


10년 전 나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을 하고 있었다. 호주에 가기 전,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이 싸우는 걸 말리거나 잠을 자기만 했다. 부모님 싸움에 내가 덩달아 얻어맞기도 했었는데, 그런 상황 때문인지 내게 집이라는 공간과 가족이라는 개념은 '가고 싶지 않은 곳', '필요 없는 공동체'였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집이 불안정하니 '나'라는 존재가치도 흔들렸던 것 같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하며 앞날을 보내야 할지, 평생 아빠 뒷바라지나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지, 내 인생인데 왜 나보다 가족에게 더 신경을 쏟아야 하는지, 왜 이런 불행한 가족에 태어난 걸지 나와 가족을 생각하면 늘 부정적 감정을 느꼈다. 20년 평생 내 인생에 그다지 희망이랄 게 없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집을 나와 해외로 떠났던 게 크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내 하루는 즐거움보다는 분노, 짜증, 서러움 등의 감정을 느끼는 날들이 더 많았다. 일을 할 때는 위축되고 집에 와서는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니 당연히 행복하지 않았다. 친구들을 만나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필요 이상의 옷을 샀다. 돈을 벌었지만 저축도 잘하지 않았다. 항상 나가서 놀기 바빴고 소비하기 바빴다.



불행했던 20대 초반의 시기에서 10년이 지난 지금은 왜 행복해졌을까?


1. 경제적인 여유

10년 전엔 경제적으로 항상 허덕였고 지금은 드라마틱하게 많은 돈을 벌진 않지만 그래도 내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요 이상의 돈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어느 정도의 돈은 우리를 불행에 빠뜨리지는 않는 수단이 된다.


2.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나 자신

회사에서도 인간대 인간으로 나를 괴롭 하는 사람이 없고, 주변 관계들도 걸러낼 사람들은 다 걸러지고 내가 좋아하거나 긍정적 영향을 서로 주고받는 사람들만 남았다. 거기에 늘 나를 즐겁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애인이 곁에 있다. 이런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행복과 기쁨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나에게 긍정적이다. 자책할 때도 있지만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줄 때가 많다.


3. 운동(달리기)

이렇다 할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언제였던가? 이십 대 초반 때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이십 대 중반 즈음에 요가를 6개월 정도 다니다 말았고, 이십 대 후반에는 수영을 4개월 정도 배우고 말았다.그리고 작년 서른이 되어서야 꾸준히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헬스장을 다니며 PT까지 받다가 지금은 4개월째 달리기를 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돈을 냈으니까 하는 것도 아니다. 달리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 뛰었을 때의 희열과 성취감, 뛰고 있을 때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몰입감 등이 좋아서 계속 달리게 된다. 실제로 사람은 달리기를 통해 도파민, 엔도르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총 4가지의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행복, 흥분, 즐거움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뛰는 행위는 우리를  뛰기 전보다 훨씬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4. 감사하는 마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볼만큼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도, 대단한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보며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얼마 전만 해도 sns를 보며 나와 동창인 친구들이 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의 사진으로 피드를 온통 도배하는 것을 보면 부러웠다. 잘 살고 있는 사람과 나를 비교한 것이다. 그럴 때 잠시 sns를 끊고 나에게 집중해 봤더니 훨씬 좋았다. 지금은 내가 가진 것에, 내가 이뤄낸 것에, 현재 상황에 감사하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해낼 목표와 현재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 잘 되지 않을 때도 분명 있지만 감사하는 마음만큼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없는 듯하다.



오늘 애인과 도서관 데이트를 하고 같이 운동을 한 뒤 저녁을 먹었다. 문득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감사했고, 나를 볼 때마다 싱글벙글 웃는 애인의 얼굴을 보니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액수의 월급을 받는다고 그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이 몇 달간 이어지진 않는다. 좋은 대학에 합격해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집에 이사를 가도, 멋진 애인을 쟁취해도 그 당시 느낀 행복감은 평생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런 일들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얼굴을 보는 가족들간의 관계가 화목하거나,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들과 잘 지내거나, 자주 가는 단골 카페 사장님이 안부를 물으며 내 취향에 맞는 커피를 내려주거나, 생일에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처럼 관계 속에서 소소한 행복은 얼마든지 자주 맞이할 수 있다. 이렇듯 큰 만족감과 즐거움보다 우리 삶에서 늘상 있는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이 진정한 행복한 감정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서은국 교수님이 말하는 '행복은 즐거움의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에 꽂혀서 행복에 대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나는 요즘 자주 즐겁다. 그래서 행복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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