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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Feb 01. 2024

나의 퀘렌시아, 태국


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 저는 인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한국의 집과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모았던 가구와 옷, 수많은 책들과 가전제품들을 모두 정리하고 태국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저는 정말 진지하게 제 삶을 ‘의심’하고 ‘응시’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시작했어요.

인생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떠난 곳에서 오히려 인생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이죠. 그 후제 삶에는 어떤 방향성이 생겨났어요.

어제나 내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며 살기 시작한 것이죠.

*

투우장에는 투우사와 싸우다 지친 소가 들어가 다시 한번 싸울 힘을 얻기 위해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바로 ‘퀘렌시아’ 예요. 퀘렌시아는 스페인어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에요. 구 년 전 그 힘들었던 시기에 태국에서 머문 이후 태국의 모든 공간들이 저에게 퀘렌시아가 되었어요.

치앙마이의 카페, 방콕의 루프탑바, 후아힌의 해변 그리고 제가 살던 온눗 콘도의 수영장과 우돔숙역 앞의 노점들, 카오산과 쌈센의 재즈바들.

여러분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요? 거실이나 주방도 좋고 집 근처 카페나 도서관, 좋아하는 호텔의 수영장이나 루프탑바, 특정도시도 좋아요. 여러분의 퀘렌시아가 어딘지 말씀해 주세요.

*

2024년도 벌써 한 달이 흘렀네요. 코로나가 지나가고 여전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많은 날들이 있어요. 잠시 쉬어가는 이 시간 동안 나의 퀘렌시아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한국에 머물고 있는 요즘에는 여러분들과 만나는 이 채널이 저에게 퀘렌시아예요. 이월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어요. 여러분의 퀘렌시아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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