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새해맞이 축제 송크란
태국에서는 자주 나이를 잊어버린다. 태국은 한국처럼 나이로 위아래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태국에서는 자주자주 열아홉의 마음으로 돌아가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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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송크란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열아홉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태국친구들과 함께 목 놓아 노래를 부르고 물총을 쏘며 신이 났던 그날의 그 마음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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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만나는 송크란은 너무너무 즐거웠지만 너무너무 힘들기도 했고 또 더 이상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축제를 즐길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늘 이번 송크란을 마지막으로 내년 송크란 축제에는 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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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 년 전 치앙마이 올드시티 골목골목에서 신나게 물총놀이에 동참하던 할아버지들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언제까지 살지는 알 수 없지만 죽기 전까지는 해마다 송크란에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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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잡지에 기고했던 칼럼에 썼던 것처럼 축제는 무릇 나이와 성별과 국적 그리고 직함 같은 일상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판타지여야 한다. 나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은 열심히 일만 하고 제대로 놀 수 있는 축제가 많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듯 한국사람들도 놀 수 있는 마당만 만들어지면 제대로 놀 수 있는 사람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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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머물다 보면 종종 불면의 밤이 찾아와 불안과 우울 같은 것들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는 언제 살아있는가? 언제 죽은 사람이 되는가? 살아서는 내내 산 사람으로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은 그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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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송크란 시즌에는 태국에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가끔은 힘든 날도 있지만 그리운 것이 있는 사람은 지치는 법이 없으니까. 살아서는 산 사람으로 살자. 반드시 살아서 다시 만나야 할 것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