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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Feb 02. 2024

태국에서는 자주 나이를 잊어버린다

태국의 새해맞이 축제 송크란

태국에서는 자주 나이를 잊어버린다. 태국은 한국처럼 나이로 위아래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태국에서는 자주자주 열아홉의 마음으로 돌아가기에 더욱 그렇다.

십 년 전 송크란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열아홉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태국친구들과 함께 목 놓아 노래를 부르고 물총을 쏘며 신이 났던 그날의 그 마음을 잊을 수 없다.

해마다 만나는 송크란은 너무너무 즐거웠지만 너무너무 힘들기도 했고 또 더 이상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축제를 즐길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늘 이번 송크란을 마지막으로 내년 송크란 축제에는 오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 년 전 치앙마이 올드시티 골목골목에서 신나게 물총놀이에 동참하던 할아버지들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언제까지 살지는 알 수 없지만 죽기 전까지는 해마다 송크란에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언젠가 잡지에 기고했던 칼럼에 썼던 것처럼 축제는 무릇 나이와 성별과 국적 그리고 직함 같은 일상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는 판타지여야 한다. 나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은 열심히 일만 하고 제대로 놀 수 있는 축제가 많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듯 한국사람들도 놀 수 있는 마당만 만들어지면 제대로 놀 수 있는 사람들인데.

한국에 머물다 보면 종종 불면의 밤이 찾아와 불안과 우울 같은 것들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는 언제 살아있는가? 언제 죽은 사람이 되는가? 살아서는 내내 산 사람으로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은 그것이 쉽지 않다.

올해도 송크란 시즌에는 태국에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가끔은 힘든 날도 있지만 그리운 것이 있는 사람은 지치는 법이 없으니까. 살아서는 산 사람으로 살자. 반드시 살아서 다시 만나야 할 것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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