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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바다 Sep 22. 2019

내 일을 잘 하기 위한 딴짓

책과 글이 있는 주말(1)

안녕하세요?

퇴근 후엔 육아를 하니 몸이 금방 지치네요.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그래도 그 때가 좋았어. 아이들 예쁜 시기는 다시 안 오니까 많이 누려."인데요. 그래서 오히려 육아를 더 누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젠 오히려 '육아는 힘들다.', '난 못 누리겠다. 버티는 게 어디냐' 상태를 받아들이며, 좀 더 편해지려고 합니다.

사진 않았지만 제목이 너무 맴찢이라 표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책 제목처럼, 오늘은 아침에 교회 모임 참석 후 (아이 셋은 남편과 교회에 남고 저만) 바로 스타벅스 - 광화문 교보 - 또 다른 스타벅스를 전전하며 책을 읽었더니 정말 기분이 나아지네요.


첫 번째 독서는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라는 책 입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58284321&orderClick=LAG&Kc



다 읽지는 못했고,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소개만 읽었는데요,

역사로 치자면 홀로코스트, 핵 전쟁 시대, 중국의 문화 대혁명과 관련된 책들이었네요.

 

특히 '파리 대왕'은 지난 주 금요일 밤 학교에서 있었던 별밤독서교실 시간에 제가 읽은 책 '트라이앵글의 심리'라는 책에서도 인용되어 더 눈에 익네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63722849&orderClick=LAG&Kc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마음으로 읽는 학교폭력이라는 부제가 있어요.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어릴 때, 우연히 티비에서 '파리 대왕'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봤던 장면들이 부분적으로 떠오르면서 파리대왕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관련하여 예전에 '산둥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선물 받았는데 읽어봐야겠어요. 인간은 사실 선함보다는 힘을 갖기 원하고, 도덕성보다 지배력과 이기심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 속의 사건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마주할 때는 '교육이란 게 근본적인 힘이 있긴 한가'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올라옵니다.

(그 와중에 깨알같이, 저자가 '쥐'를 소개하며 만화라는 매체도 얼마든지 뛰어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논하는 부분에서, 학교 도서관 소식지에 만화를 주제로 기고하길 잘했다는 셀프 칭찬도 했습니다. 헤헤.. 그나저나 가을 호에 실을 글도 준비해야 하는데...ㅠㅠ)




두 번째로 '딴짓'이라는 잡지를 읽었어요.

올 초인가, 교보에서 이 잡지를 서서 다 읽은 적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딴짓을 장려하는 잡지인데, 우연히도 초등학교 교사였다가 사직을 한 사람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쓴 글이 있었어요. 저도 따라서 그만둘까봐 차마 사지 못했는데요. ㅎㅎ 이번 11호에서 다루는 주제가 흥미로워 오늘은 샀습니다.

밥벌이하며 딴짓하는 모두를 위한 잡지


잡지 속에서 와닿았던 문장을 옮겨볼게요.


"저는 '우울증'이 아니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더라고요. 우울증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병증인 반면, 우울감은 내가 우울함을 느낀다는 걸 알고, 통제가 가능한 상태예요....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요."


"좋아하는 일만 해도 무기력이 오더라고요. 상담 선생님 말대로 극복하려 하지 말고 내버려두려고요. .. 그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 그런 때도 있는 거지 하고요. .. 내가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우울증이나 우울감이 오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사람이 에너지를 소진하면 더 빠르게 우울감이 오는 것 같아요. 바이오리듬 같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열심히 일하다 3년 지나면 또 우울감의 늪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지요."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이 신기했어요.

"보통 부동산 수익을 5~7% 정도로 잡는데요, 저희는 투자를 유치할 때 2~3%의 수익을 말씀드리고 있어요. 고수익은 아니지만 조금 낮은 수익을 올리더라도 해당 자신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를 보존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나 기억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일종의 실험적인 투자를 하시는 분들을 모은 거죠." - 그렇다고 기부나 자선은 아니다. 공공그라운드는 투자자들에게 2~3%의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임팩트 투자사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얻는 투자 형태다. ... 공공그라운드는 그중에서도 부동산을 직접 매입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임팩트 투자를 하는 셈이다.


코워킹 스페이스. 개인 사무실이나 '내 집'이 갖고 싶은 맘에 예전부터 관심갖고 있었지만, 역시 비싸네요. ㅎㅎ



<어일론-어떻게 일해야 할까>라는 강연이래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진로 고민은 끝이 없네요.

"구달 작가의 강연이 좋았던 건, 어느 단계도 마냥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둬보니 좋았다더라 하는 프리랜서 예찬론도, 회사 안은 전쟁터고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샐러리맨 예찬론도 아니었다. 어떤 일에든 빛과 그림자가 있다는 것. 평균 연령 100세 시대에 워크라이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는 녹록지 않은 문제다. 무조건 긍정적인 면만 보고 정신승리하는 것보다 오히려 냉정하게 가늠해보고 다양한 소리를 많이 수집하는 일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내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따져보는 게 아닐까?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중요한지, 안정적인 월급과 생활이 중요한지, '딴짓' 정도로 만족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전업으로 삼아 뛰어드는 일을 택하는 게 좋을지... 선택은 나의 몫이다. "


영화 그린북 리뷰. 영화가 보고 싶어지게 하는 멋진 서평이었어요.

"나는 평생을 그런 취급을 받았는데 당신은 어찌 하루를 못 참습니까? 오직 품격(dignity)만이 저들을 이길 수 있어요." - 욕에는 욕을, 폭력에는 폭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욕에는 존대로, 폭력에는 침착함으로 대응하는 게 결국 더 큰 한 발로 나아갈 수 있음을 박사는 자신의 삶으로 입증하려 애쓴다.




https://ddanzit.co.kr/


딴짓 매거진을 읽으며 '교사라는 일과 엄마라는 일이 정말 제가 좋아하고 원했던 일이니, 이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딴짓을 허용해주자.'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읽고 메모해두었던 글귀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스스로 좋아하는 걸 하면서 불행해지는 걸 경계해요. ...잘 하고자 하는 욕심은 끝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럴 때 저는 십대의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을 듣는 게 마냥 행복했거든요. 그리고 몸을 움직여요. ...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 박하재홍. 2017년 학교도서관저널 9월호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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