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늘도 일상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운다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잘 아는 것'에는 정말 상관관계가 있을까?
좋아하는 모델이 있다. 몇 년째 이상형으로 꼽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건 딱히 없다. 인스타그램을 종종 보며 '요즘엔 누구와 잘 어울리는구나' '한남동을 자주 가는구나' '소주보다는 와인을 주로 마시는구나' 와 같은 어설픈 추측만 할 뿐이다. 나이가 몇 살인지 가족관계는 어떤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와 같은 '정보'들은 그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맞는 예시인지는 모르겠으나 '디자인'에 대해서도 이 논리를 비슷하게 적용하고 있다. 좋아는하지만 그렇다고 잘 알지는 못한다. 시선의 흐름이 어떤지, 어떤 색상들은 함께 쓰면 안 되는지 등 디자인을 하나의 '학문'으로 볼 때 있을 법한 나름의 공식 같은 것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좋아하고, 내 방식대로 즐길뿐이다.
밥을 자주 같이 먹는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주문 후에도 가게 메뉴판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이 작은 종이에 어떤 고민들이 묻어있는지,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습관처럼 보게 된다.
걷다가도 예쁘고 특색 있는 간판들은 사진으로 남겨둔다. 여행을 가서는 공공기관의 안내판이나 쓰레기통, 픽토그램과 타이포그래피 등을 관찰하고 저장해둔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는 그 나라만의 디자인 특징들이 참 재미있다.
궁금증을 갖게 되는 디자인들도 있다. 어떤 것들은 나에게 생각할 과제를 던져주기도 하고 의문점을 남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잡다한 것들.
Q. '버거킹' 커피 사진 아래에 붙어있는 개구리 마크, 무슨 인증이길래 강조해뒀을까? 의미는 있을까?
Q. 스타필드 하남 '팥고당'의 포스터, 좌상단과 우하단의 여백이 잘못 인쇄된 걸 알고 있을까? 혹은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일까? 디자이너가 보면 슬퍼할까?
Q. 강남역에서 본 옥외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저런 디자인은 누가 한걸까? 비싼 돈을 주고 외주를 맡겼을까?
예쁘고 멋져보이는 디자인은, 과연 좋은 역할만 할까? 음식점의 본질은 결국 '맛'이 아닐까?
허름한 가게에 북적이는 사람들. 냉면을 10년 넘게 입에 대지 않았던 내가 먹었을 때도 맛있었던 집. 인테리어와 메뉴판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이런 경우일지라도 맛이 있으면 장사가 잘 된다. 또 사람들은 이 가게의 디자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특색이 있는 편집샵에서는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디자인 상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습관적으로 키는 음악 어플에서도 매력적인 앨범 커버들을 살펴볼 수 있다.
카페는 공간부터 로고 하나까지. 여러 디자인을 복합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던킨도너츠는 디자인을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데 특색을 잘 녹여 새롭고 재미있는 패키지들을 만들어 낸다.
'이름은' 뒤에 점 하나. 저런 디테일이 일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영화의 포스터를 살려준다.
제품의 기획을 보고 정말 좋았다. 와인에 먹을 수 있는 간닪나 과일과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과일들을 따로 포장해 파는 것이. 다만 디자인이 조금 더 예뻤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소비했을까?
현대식품관에서 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 패키지가 예쁘고 담아주는 봉투 또한 곱다. 내용물은 어느 마트와 같을지라도 나는 이런 쓸데없는 예쁨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갈수록 예쁜 카페들이 많아진다. 공간과 분위기,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을 쓴 카페들은 대체적으로 커피가 맛있었다.
점원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격을 알려주는 모습보다 이런 택 하나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제목과 그에 어울리는 표지의 책들은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책을 펼쳤을 때도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구매하는 편이다. '읽혀져야 하는' 책에게 디자인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일상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운다.
#2. '디알못'이 하는 디자인 - https://brunch.co.kr/@flagtri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