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주 쓰는 어플을 꼽으라고 할 때 다섯 손가락 안에 '카카오택시'가 들 정도로 택시를 자주 타는 편이고 또 카택을 애용하는 편이다. 사전에 입력한 장소에서 승하차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목적지를 설명하다 불평을 들을 일도 없을뿐더러 '죄송한데 주소를 입력하고 가도 되나요' '저쪽에서 한 번 더 우회전해주세요' 혹은 상징적인 큰 건물을 찾으며 '000 주변으로 가주세요' 요청하는 등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어떤 기사님'이 모는 '어떤 택시'일지는 정말 랜덤이기 때문에 이는 택시를 이용하며 느낀 본질적인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최근 ‘타다’가 주변에서 자주 언급되었고 미담으로 가득한 후기 또한 종종 피드에 보이곤 했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적당한 타이밍이 있으면 타보겠다 생각했는데 드디어 오늘 출근길에 '타다'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렇게 자발적 리뷰를 올리는 현상이 나에게도 벌어졌다.
에어 팟을 사기 전에 줄 있는 이어폰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고 굳이 선이 없어진 것에 20만 원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평소에 불편하다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큰 불편함이었고 당연하게 존재했던 그 '선'들이 나의 행동 반경을 축소시키거나 번거롭게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타다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좋은 거고 편리한 거구나! 택시도 이럴 수 있던거구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배차가 되었다. 기존 카카오택시처럼 기사님이 'n분' 후에 도착할 것이라는 알림과 함께 실시간 위치가 떴다. 출발지에 다다를 때 즈음 정중한 멘트와 함께 앞에 도착했음을 일러주었다. 문은 자동으로 열렸고 드라이버분이 목적지에 잘 모시겠다 / 안전벨트를 착용해달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타다를 타고 이동하며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아 넓다, 그리고 쾌적하다'였다. 첫 번째로 공간에서 주는 쾌적함이 기분을 좋게 했다. 이 넓은 좌석을 혼자 써도 되나 하는 사치스러운 느낌과 함께 담배냄새/술냄새가 아닌 은은한 디퓨저 향기가 풍겼다. 햇빛을 막을 수 있는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가이드북과 충전기도 준비되어 있었다.
두 번째는 드라이버의 서비스. 도로 상황에 있어 욕을 하거나 개인적인 견해가 짙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남자친구 없냐 학교는 좋은 데 다니냐는 등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무례한 기사님을 종종 만난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면 이어폰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맞딱들이는 것을 셀프 차단하곤 했는데 타다의 드라이버는 '교육된듯한' 느낌의 정중한 멘트 외에는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는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적당한 거리감이 유지되는 것에 안정감을 느꼈다.
내릴 때에는 ‘잊으신 물건 없냐’는 질문과 함께 도착했음을 알린다. 결제는 사전에 등록한 카드로 되기 때문에 카드가 인식되는 동안 혹은 잔돈을 거스르는 시간의 뻘쭘함을 없애준다.
조금의 돈을 더 지불했을 뿐인데 편안한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니 절로 감사 인사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택시에서 하차 후 바로 결제가 되었고 친절한 영수증이 함께 발송되었다. 기사님의 핸드폰 번호와 함께 탄 시각/도착한 시각 및 위치가 세부적으로 적혀있었고 무언가 놓고 내렸거나 문제가 있을 시에 즉각적으로 연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택시와 드라마틱한 차이점은 없지만 좁힐 수 없는 간극이 명확한 ‘타다’ 앞으로 추가될 여러 서비스들이 시장의 전체적인 방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