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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i Jul 16. 2019

스타트업 신입 1년 차 '그래서 회사는 다닐만해?'

훠궈가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글쓰기

회사를 다니면 쓰고 싶은, 또 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무엇에 대해 말하기가 괜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하던 시기에 때마침 음악평론가이자 나의 동료인 키이쓰, 기자 출신의 애나와 점심을 먹게 되어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니 앞에 있던 훠궈에 빗댄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Soi, 그건 당연해. 왜냐면 세상에 나보다 훠궈를 잘 아는 사람, '전문가'들은 너무 많거든

그러니 잘 쓰려고 하면 쓰기가 어렵지. 그냥 Soi가 먹은 훠궈에 대해서, 혹은 내가 훠궈를 먹고 바뀐 점, 가령 내가 훠궈를 좋아하는 이유처럼. 훠궈가 아닌 '나'에 초점을 맞춰서 쓰면 훨씬 수월할 거야"


그렇다. 이건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느끼고 경험한 스타트업에 대한 잡다한 기록일 뿐이다.



스타트업 신입 1년 차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하면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솔직한 반응이 돌아온다. 축하한다는 말을 하며 눈빛으로는 걱정과 위로를 보내는 반응을 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배고픈 작은 회사'로 인식되고 있구나 새삼 느끼곤 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작은' 회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나에게

스타트업은

중학생 때, 처음으로 산 스마트폰에 깔았던 카카오톡. 당시엔 친구 목록에 아는 사람이 두 명뿐이었다. 카톡 서버가 마비되면 모두들 틱톡으로 넘어와 대화를 이어가던 때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티몬을 홍보하던 청년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소셜커머스의 3대 천왕이 된 지금의 티몬이 정말 'ticket'몬스터였던 때!


이뿐 아니라 교복 입던 시절 자주 사용하던 드롭박스, 에버노트, 비트윈부터 에어비앤비, 띵동, 타다, 배민 등 어떤 분야에서 아이콘이 되어버린 앱까지. 세상에 나온 다양한 서비스들의 성장과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애정을 갖다 보니 막연하게 ‘스타트업'에 대한 긍정 필터가 씌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기억 속 예전의 (좌) 티켓몬스터, (우) 야놀자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던 대학교 3학년. 가고 싶은 회사들을 떠올리다 보면 열 중 아홉은 스타트업이었다. 대표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 잡코리아 보다는 원티드에 나오는 기업들이 괜히 더 흥미로웠다. 요즘은 아이디어스, 마켓컬리, 우버이츠, 뱅크샐러드, 토스 등 핸드폰 한편에 있던 서비스들이 하나둘 세상 밖으로 나와 버스와 지하철, 유튜브 광고에서 보일 때면 괜히 내가 다 짜릿함을 느끼곤 한다.



팀바팀, 사바사
스타트업 by 스타트업

같은 스타트업이지만 '스타트'의 단계가 천차만별인 것 같다. 업무 환경, 복장, 급여, 위치 또한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를 누리는 곳도 있는 반면 구성원 모두 삶이 일이요 일이 삶인 경우도 많아 보인다.


그럼에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점, 비교적 인원이 적다는 점, 체계와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라는 점. 작은 집단이기에 그만큼 한 사람의 역할과 영향이 크다는 점.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 있다고 느끼는 건 ‘수시로 변화하고, 세상에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은 어때?

우선 나는 아직까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 일에서 조금이라도 재미를 찾을 수 있냐 없냐는 나에게 큰 차이다. 하루의 3분의 1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이 시간이 불행하면 나의 하루가 불행하고 그것들이 쌓이면 결국 나의 일상 그리고 삶이 전체적으로 불행해진다고 믿는다. 다행히도 내가 '흥미로워하는 것들'이 우리의 일인 경우가 많아 그 점이 참 좋다. 직장에서의 자아와 직장 밖에서의 자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00% 분리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이런 점에 더욱 메리트를 느낀다.


그리고 상하관계가 비교적 불투명하다 점,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 등이 잔잔하지만 강력한 만족감을 준다.



어떤 방향과 속도로 갈지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이지만 20명 남짓되는 집단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보통의 ‘신입'개념이 맡기에는 큰 일들도 종종 하게 된다. 다양한 것을 겪어보며 배우고 있으니 짜인 커리큘럼대로는 아닐지라도 참 알차게 그리고 실속 있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무튼, 조금 빠르지만 어쩌면 불투명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겠지?



막간을 이용한
'부모님은 뭐라셔?' 타임


아빠는 공기업 안에서 마케팅, 광고 등 할 수 있는 직무를 찾아보라 추천했고 엄마는 아무렴 좋으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했다. 아직 엄마 아빠는 명확하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지만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계신다. 그리고 그걸로 만족하신다. 어린 딸내미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특해하시고. '너네 회사는 어쩜 그래?'라며 회사 안에서의 일들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들으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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