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The Social Dilemma>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은 24시간 새로운 콘텐츠로 넘쳐난다. 무엇을 먹었는지, 뭘 샀는지, 어떤 콘텐츠를 보고 영감을 얻었는지, 무슨 노래를 자주 듣는지 등.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기의 일상과 생각, 감정을 촘촘하게 공유하는 편이다. 공유하는 과정도 쉽지만 보는 건 더 쉽다. 스와이프, 터치, 스크롤. 단순한 동작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는 행위는 간단하다. 스와이프 혹은 터치. 이미지와 단순한 영상 위주이기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이쯤이면 다 봤겠지' 창을 나오면 그새 새로운 스토리가 쌓인다. 나름 중독성이 있다. 이 행동은 무의식 중에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학습된 행동을 통해 우리는 습관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얻게 되기도 한다. 어떤 호소를 맞딱들이기도 하고 특정 대상을 향한 불만을 듣기도 한다. 자극적인 음식 영상을 보기도 하고 브랜드 신제품 소식을 알게 되기도 한다. 종종 나와 관련 없는 제삼자의 게시글이 공유된 것을 접하기도 한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떤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지 아주 개인적인 문제까지 알게 된다. 그리고 눈치채지 못하게 점점 더 잦은 빈도로 여러 타입의 'sponsored' 게시글을 마주하게 된다.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상품인 것입니다.
당신의 행동을 바꾸고 사고방식과 정체성을 바꾸는 거예요.
아주 점진적인 변화예요.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원으로 기능하고, 영양분을 제공하고, 축적되어 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위로를 준다. 때로는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분노하게 한다. 우리는 시청하는 콘텐츠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흐름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감정적인 것을 넘어 '소비'라는 직접적인 행동을 만들기도 한다.
보고 반응하고 공유하고 생성한다. 이러한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SNS는 그 안에서 오래 머물도록 유도한다. 댓글을 쓰고 좋아요를 누르고 마음에 드는 사진에 오래 머물고. 콘텐츠에 반응할수록 알고리즘은 나를 더 깊숙한 곳으로 데려간다. 관심사와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취향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 가끔은 어떠한 정보가 계획적으로 주입될 수도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온라인에서도 관계를 지속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하지만 지금은 일상의 범주 내에 속한 관계뿐 아니라 브랜드, 국가, 기업 등 전 세계 그 어느 것과도 해시태그 하나로, 팔로우 버튼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링크(Link)'들은 결국 우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보이지 않는 여론을 만들기도 하고 갈등을 조장한다. 소비를 촉진시키고 때로는 깊은 우울함에 빠져들게 한다.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촘촘하게 설계된 이 도구를 주체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주체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uaaC57tcci0
前 페이스북 수익 창출 이사, 트위터 개발 플랫폼 지휘자, 구글 드라이브 공동 개발자,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개발자, 윤리적인 문제로 구글을 떠난 직원 등. 소셜 미디어를 설계하고 만들고 운영한 사람들이 직접 하는 소셜 미디어 뒷면의 이야기들. 보면서 중간중간 캡처한 화면이 스크린을 덮었다.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다고 착각한. 사실은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 한 시간 반의 여유가 있다면 꼭 보시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에 돈을 내지 않고 광고주들이 우리가 쓰는 상품에 돈을 냅니다. 광고주가 고객인 거죠. 팔리는 건 우리고요.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1996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들. 그 아이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학생 때 소셜 미디어를 접했습니다. 세대 전체가 더 불안하고 더 연약하고 더 우울해합니다. 운전면허 취득률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이 사람을 죽이고 자살하게 만듭니다.”
“자전거가 나타났을 땐 아무도 화내지 않았어요. ‘자전거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자녀들과 멀어지게 하고’. 우린 자전거에 대해선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 도구라는 것은 쓰지 않을 때는 가만히 있습니다.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죠. 뭔가를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도구가 아닌 거죠. 당신을 유혹하고 조종하며 당신에게서 뭔가를 요구해요. 우리는 근본이 도구인 기술 환경에서 옮겨간 거예요. 근본이 중독, 조종인 기술 환경으로 말이죠. 소셜 미디어는 사용되길 기다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만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합니다. 당신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말이죠.”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퍼집니다. 우린 거짓 정보에 편향된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거짓 정보가 회사에 더 이익이라서입니다. 진실보다도요, 진실은 지루하죠.”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요. 구글은 그저 검색 엔진이고 페이스북은 친구들의 사생활과 사진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건 당신의 관심을 놓고 그들이 경쟁한다는 겁니다.”
https://www.thesocialdilemm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