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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Nov 04. 2021

밀레니얼 사회복지사에게 묻는 '종합사회복지관 취업'

방화11종합복지관 정한별 선생님 인터뷰

형, 사회복지 어떻게 공부했어요?

5부. 밀레니얼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사회복지 현장 이야기

5장. 방화11종합복지관 정한별 선생님



이번 인터뷰에서는 방화11종합복지관에서 일하시고 지금은 새로운 길을 위해 준비하고 계시는 정한별 선생님과 방화11복지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한별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사회복지사무소 '구슬'의 김세진 선생님  책 추천 덕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누구나 그림책'이라는 이름이 적힌 얇은 책 하나를 추천해 주셨는데  방화 11 복지관에서 도서관 담당자로 일을 했던 정한별 선생님의 사업 기록을 정리한 책이었다. 다섯 분의 할머니께서 각자의 책을 만들어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읽으며 감동했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힘 있게 당사자를 돕는 사회복지사 정한별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종합사회복지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다.





# 인트로

안녕하세요. 이 인터뷰는 제가 쓰고 있는 ‘사회복지 대학생활 가이드’라는 책의 일환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질문은 사회복지 분야로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것들로 편하게 본인이 현재 활동하게 계시는 기관과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



# 소

Q. 본인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려요

A. 저는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정한별이라고 합니다. 신목복지관에서 1년, 방화11복지관에서 3년 정도를 일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일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Q. 방화11복지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부탁드려요.

A. 방화 11복지관은 강서구에 있는 종합복지관으로서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서 더불어 살게 돕는 기관입니다. 저는 방화 11복지관이 앞으로의 복지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끄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당사자에게 '우리가 해드릴게요'가 아니라 '당사자가 하실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가 힘이 나도록, 세워지도록 많이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일하는 기관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실제로 일을 하시면서 기관의 비전과 슬로건에 맞게 일이 진행된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럼요. 그 미션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루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저희 기관에서는 '복지요결'을 읽고 공부하면서 실천기준을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중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방화 11복지관에서 선생님께서 맡으셨던 일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A.저희는 3대 기능으로 나눠서 일하지 않고 동 중심으로 일을 합니다. 방화 2동 팀에서 사례관리, 지역 조직화, 서비스 제공을 같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담당자로 일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1인 1 극강이라고 사회복지사마다 개인 브랜드 사업을 하나씩 주진하는 것이 있었는데 2019년과 2020년에는 어른들과 함께 그림책을 그리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누구나 그림책'이라는 활동을 했습니다. 2021년에는 4대 사업이라고 전체 직원이 공통된 4개의 대표사업을 함께 일궜습니다. 동네잔치 사업, 동네 캠페인 사업, 동네 아이들과 노는 사업, 주민 동아리 사업 이렇게 4가지 사업을 만들어 저도 주민 동아리를 몇 개 만들고 동네잔치를 여는 일을 했었습니다.


Q. 3대 기능으로 팀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지역단위로 팀이 이루어져 있다는 게 특이한 점인 것 같네요. 장단점을 말해주실 수 있나요?

A.2017년부터로 기억하는데 조직이 개편되면서 기능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이 모두 다르잖아요? 서비스를 제공해주어야 할 경우도 있고 사례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이전처럼 기능 중심으로 일을 하다 보면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적절한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동 중심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이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들을 소개해주기도 좋고, 온전히 돕기가 수월한 부분이 확실히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하다 보니 동주민센터와 협조하기도 좋고, 학교와 만나기도 수월해요. 3대 기능이 파편화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적절하게 도울 수 있는 거죠. 단점은 크게 없었던 거 같네요. 저에게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동 중심으로 일하면 사회복지사의 입장에서는 더 일이 많아지지 않나요?

A. 아니요. 저는 더 좋았어요. 업무에 대한 통찰이 늘고 일하는 보람도 커졌어요. 이전에 지역 조직화팀에서 있었을 때는 지역 모임을 만들면서 이 모임을 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었었는데 동 중심으로 일하다 보니 내가 이 모임을 하는 이유와 목적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이라는 것은 내가 줄이면 되니까요. 만나는 사람을 조금 줄이고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고 반대로 조금 느슨한 연결망을 지향하는 모임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을 늘일 수 있죠.



# 취업과정


Q. 처음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원래는 공부를 더 할까 아니면 사회복지사로 일을 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요. 철암에서 단기 사회사업 실천을 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더 일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방화 11에서는 그렇게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희 학교에서는 복지관과 같이 실천 현장에 가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요. 전과를 해서 대기업에 취업을 하거나, 공단에 가거나, 5급, 7급 공무원으로 가거나 하기를 바라는 친구들이 더 많아서 내가 가는 길이 어떨지 두려움도 많았어요. 그런데 해보고 나니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Q. 기관을 어떻게 알게 되어 지원했나요?

A. 저는 지원을 하면서 복지관들의 홈페이지를 많이 봤었어요. 그중에서 저는 기관의 미션과 비전을 먼저 보는데 방화의 미션과 비전을 보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고 실천 기록들을 봤는데 실제로 그에 부합하게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한 단기 사회사업을 굉장히 잘하고 있는 기관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철암에서 단기 사회사업을 했었어서 저랑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철암에서 단기 사회사업을 할 때 알게 되었던 권대익 선생님이 여기서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괜찮은 기관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때로는 사람을 보고 결정을 하기도 하잖아요?


 Q. 위에서 말씀해주신 것 외에 기관의 어떤 부분을 보고 지원했나요?

A. 약간 감성적인 부분인 것 같은데 실천 기록을 보면 사진 찍은 것들이 같이 올라오잖아요? 저는 거기에 담긴 당사자들의 표정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사진을 보면 당사자들을 대상화하는지 아닌지가 보이거든요. 사회복지사가 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대하는지가 보이는 것이 사진인데 방화 11에서 올리는 사진들을 보면 정말로 이 동네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곳에서라면 저도 즐겁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기관의 지원 절차는 어떠했나요?

A. 우선 자기소개서와 입사지원서를 냈고 2차로 면접을 봤어요. 논술이나 추가 면접은 없었어요.


Q. 지원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절차 또는 면접 질문은 무엇인가요?

A. 기억에 남는 면접 질문이 있었는데요. '존경하는 사회복지사가 있나요?'라는 질문이었어요. 그 질문을 통해서 이 기관은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보통의 경우 전문성, 기술 이런 것을 중요시하는데 실제로 일을 하다고 보면 내 동료가 어떤 사람이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가 더 사실 더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 질문에 제가 철암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되었던 김동찬 선생님을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말했어요. 선생님의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사회복지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질문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어떤 방향을 추구하지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게 되거든요. 그래서 기억이 남네요.

그리고 한 가지 자랑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입사를 하고 나서 엄청 환영을 커다랗게 받았어요. 헨젤과 그레텔처럼 복지관 곳곳에 제가 나온 사진을 붙여주셔서, 한 16장 정도로 기억하는데 기관 라운딩을 하면서 하나씩 모았던 경험이 있어요. 너무 감사하고 좋았어서 그때 '내가 취업을 잘한 것 같다.'라고 생각했었어요.


Q. 사회복지사로 일하는데 컴활 자격증, 운전면허 1종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외 있으면 좋을 자격증을 추천해 줄 수 있나요?

A. 저도 1종 면허를 땄었는데 스타렉스 몰다가 한 번 긁어서 (웃음). 그래도 일단 1종은 가끔 가다가 복지관에서 스타렉스를 운전해야 할 때가 있으니까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컴활 자격증은 글세요. 저는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그 대신 스마트 워크는 많이 활용해요. 드라이브를 이용한다거나 하는 등의 것들이 있는데 그것도 일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은 구글링을 해서 알면 돼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네요. 조사분석사 자격증의 경우 저는 따긴 했는데 복지관에서 일하면서는 크게 필요가 없고 있어도 논문을 쓸 정도의 일이 없어서 굳이 고생하면서 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자랑스러운 거죠. 나 이런 거 있다. 이 정도? (웃음)


Q. 학부 시절에 했던 활동 중에서 취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A. 대학교 때 오랫동안 했던 NGO 활동이 있었는데 '안아주세요'라고 '집에 안 쓰는 안경테를 아프리카, 아시아에 보내주는 활동'이었어요. 이 활동을 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었어요. 한 번은 해외에 나가서 활동을 하는 게 있는데 저희 단체 말고도 다양한 전공을 가진 단체와 가게 되었는데요. 컴퓨터 학과는 앱 개발, 경영학과는 회계, 조직 운영, 정치외교학과는 영어로 통역을 맡아서 하는 등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겉으로 보면 봉사활동에 가장 관련이 있어 보였는데 막상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단순히 사회복지학과에 왔다는 것 이외에 나는 무엇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로는 2015년도에 철암에서 했던 광활(광산지역 단기 사회사업활동)을 꼽고 싶어요. 사회복지 실습을 하면서는 제가 느끼기에 '직업체험을 했다'정도의 경험이 되었던 것 같고 철암에서 광활 활동하면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구체적으로는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면 되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복지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Q. 사회복지사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능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내가 MBTI에 E성향(외향성)이든 I성향(내향성)이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알았으면 해요. 그래서 대학생 때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서 인간관계의 깊이와 폭을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생각하냐면 사회복지사는 좋은 것들과 좋은 사람들을 서로 주선해 줘야 하는 일이 많은데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본 경험이 많아 공동체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주선해 줄 수 있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그런 부분에서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머뭇거릴 때가 있는데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중에서 학창 시절 때 공동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당사자들에게 모임이나 사람들을 제안하고 주선해 주는 일에 거침이 없더라고요.



# 일을 하며

Q. 본인이 했던 업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누구나 그림책'이라는 활동을 하시고 책을 내셨는데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우리가 '영구임대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노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보통은 힘들고 힘없는 모습을 떠올릴 텐데요. 어르신들이 사회복지사를 만나게 되면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말씀하실 거예요. 그런데 저는 '힘 있게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을 단순하게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노인으로서가 아니라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오신 개별적인 존재로서 바라보길 원했어요. 그래서 "옛날에 어떻게 사셨는지 이야기 듣고 싶어요." 하며 어르신들의 삶 이야기를 듣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게 되니 정말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이 이야기들을 그림책이라는 모양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마침 이미 부여 송정마을에 재밌고 잘했던 선례가 있어 출장을 가서 배우고 왔고 이를 토대로 5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를 정리하고 그림을 그려 각자 한 권씩의 그림책을 그려내고 출판 기념회도 했어요.

이 사업의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그림책이라는 결과물을 내기까지 그림 그리기, 편집하기, 인쇄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기에 어르신들이 선뜻 참여하시기가 부담스러웠다는 거예요. 조금 더 소박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 기관에서 실습생과 함께 단기 사회사업을 할 때에는 그림책 대신에 이야기책의 형식으로 만들어 봤는데 3주 만에 결과물을 만들어 냈었어요. 투박하지만 이렇게 문집처럼 만들어내니 1동에 사시는 어르신들도 '우리도 이거 하자'라고 먼저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그만큼 누구나 해볼 만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드셨던 거죠.


Q.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무엇인가요?

A. 그림책 끝났을 때였는데요. 한 어르신께서 '살 맛이 납니다.'하고 이야기해주셨었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어떤 만족도 평가에서도 받기 어려운 말이거든요. 제가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당사자가 살 맛이 나게끔 하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3동 조각보 이야기책 출판 전시회 때였어요. 한 어르신이 전시회에 들어오시면서는 '아무리 이런 거 해봤자 이 동네 사는 게 마이너스야'라고 퉁명스럽게 말하셨거든요. 그런데 전시회를 다 둘러보시고 나서는 '이 동네 축복받은 동네야. 하나님께 축복받은 동네야.'라고 말해주셨거든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뿌듯했어요.  


Q.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시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행정일이 많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이 아쉬워요. 제가 할 수 있는 에너지의 많은 분량을 행정일을 하는데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주 작은 물건을 사도 기안을 쓰고 사진을 찍고 서류 첨부에, 일지 작성에 뭐 해야 하는 게 정말 많아요. 그래서 저는 돈을 쓰기가 너무 귀찮아서 최대한 돈을 안 쓰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렇게 일이 많았나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사회사업 활동과 사회사업 기록 이렇게만 해도 될 것 같은데 구청에 보고해야 하고 그러면 또 그에 필요한 언어로 다시 정리를 해야 하고 이런 작업들이 너무 귀찮았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안전에 대한 보호가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은 괜찮지만 가끔씩 술에 취해 오시는 분들이나 아니면 흉기를 들고 오시는 분들도 아주 가끔 있는데 여성으로서 그리고 만약 임신을 하게 된다면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죠. 이런 안전에 대한 부분이 조금 취약해 보이는 것은 있네요.



# 퇴근 이후

Q. 퇴근 이후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A. 요리를 좋아해서 퇴근 후에 시간이 되면 요리를 해요. 그런데 사실 야근도 많이 했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커서 열심히 하려다 보니 공부와 일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최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출근 전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Q.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겼을 때에도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네, 결혼하고도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임신해 있을 때는 조금 조심해야겠지만요. 근데 업무량이 조금 많은 기관에서는 아이를 돌봐줄 어른이 필요할 것도 같네요. 그래도 사회복지사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여서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다고 해도 일을 그만두지는 않아도 됩니다.


Q. 직업으로서 사회복지사에 대한 만족도는 어떻게 되시나요?

A. 10점 만점에 9점 정도를 줄 거 같아요. 원래는 10점 만점에 11점을 줄려고 했는데 1점은 안전에 대한 고민, 그리고 1점은 급여 때문에 빼겠습니다. 그러니까 급여가 조금 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거죠. 저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일했던 기관에서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고 돈 이야기를 많이 안 했어요. 그게 왜 그러냐면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에, 내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 아니라는 것을 일하는 동료들과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책,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은지, 사회사업 이야기 등 풍성한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다들 검소하게 생활을 해서 다 같이 집에서 만들어온 반찬을 나눠먹고 다른 사람들의 명품 가방, 명품 옷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웃음) 약간 탈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었다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데 관심이 많아서 너무 좋았어요.


Q. 현재 다른 공부를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일을 하시다가 마음이 빠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 그렇게 됐어요. 사회복지사는 멀티태스킹이 잘 되어야 하거든요. 근데 저는 하나를 하다 보면 그 일 밖에 못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사회사업이라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지만 이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아직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할지는 확실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얻은 통찰들, 이를 테면 왜 같은 환경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떤 사람을 잘 이겨내고 어떤 사람은 힘들어하는가 등과 같은 것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게 배우고자 해요.


# 사회복지 분야 취준생에게 해주는 조언

Q. 대학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A.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알맹이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돈을 붙잡고 사는 이상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 세상을 보는 논리, 사람을 보는 논리가 돈을 중심으로 흘러갈 수 있거든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이 어느 한순간 하나도 없이 사라졌을 때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때 나를 설명할 알맹이는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예요. 물론 지금도 돈은 저를 유혹하죠.(웃음) 돈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요. 대학교 때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바뀌기는 쉽지 않거든요. 다양한 책,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Q. 이것만은 꼭 알고 사회복지관에 취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A. 제가 느끼기에 기관 간의 차이는 대학교 학과 차이만큼 난다고 봐요. 사회복지학과랑 기계공학과랑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르잖아요? 기관이 어떤 기관인지 알고 지원을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 그 기관에 누가 일하고 있는지 알고 갔으면 해요. 저는 잘 모르는 기관이 가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이랑 사귀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걸 알려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선배, 동료, 아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에게 많이 물어봐야 하겠죠.


Q.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주신다면?

A. '동동 사람들'이라는 책을 추천해요. 문화인류학자가 쓴 책인데, 동자동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쪽방촌이거든요. 돌봄은 왜 실패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왜 나는 이런 글을 못쓰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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