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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복지사 박동현 Mar 19. 2022

이상과 현실에서 고민하는 그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세상을 바꿀 것인가? 내 마음을 바꿀 것인가?

 

Q.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세상을 바꿀 것인가? 내 마음을 바꿀 것인가?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Solo'라는 프로그램인데, 결혼을 하기 원하는 솔로들이 나와 5박 6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짝을 찾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쏟아져 나오는 많은 데이팅 프로그램 중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출연자들 모두가 단순히 연애를 하고 싶거나, 이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아 다른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결혼을 할 상대를 찾는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 기수의 출연자들이 나왔는데 그중 다섯 커플이 이미 결혼을 했다는 점에서 이를 증명한다.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다 보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출연자들의 순간순간이 비치는 모습들이 나와 시청자들의 격한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중 5기에 출현했던 한 남성이 기억이 난다. 44살의 남성으로 늦게 의사가 돼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한 출연자였다. 여성 출연자 중에서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던 분을 선택했는데 그 이후 자기소개를 하며 그 여성이 29살인 것을 알게 된 후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고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36살 여성과 35살 여성을 알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29살의 여성분도 44살의 남성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데 15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결국 서로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MC들도 아쉬워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다는 멘트를 하기도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아주 보통의 행복'이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이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세상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을 바꿀 것인가? 인간의 행동은 이 두 욕구 사이의 충돌과 균형의 산물이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인데 위의 책 구절을 적용하면 그 선택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세상을 바꾸는 선택, 그리고 세상에 만족하기 위해 내 마음을 바꾸는 선택'이 있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항상 이 두 가지의 방향 가운데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나는 위 두 가지의 선택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을 해왔었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본관 건물에는 이런 슬로건이 적혀있다. "Why not change the world?" 힘든 재수 시절을 보내던 중 학교의 슬로건을 보면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나기도 했고 다시금 마음을 붙잡고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었고 무엇이든 해보는 행동파였던 나에게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했다.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은 자기기만이고 나약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대학을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일을 하고 결혼을 하며 인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은 흑과 백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회색의 소용돌이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선택의 전제는 세상은 비정상적이며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쟁에는 열심히지만 자신의 내면을 가꾸거나 자기 성찰을 할 기회가 적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내면이 황폐화될 수도 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자신이 세상과 싸우는 동안 삶이 주는 행복을 무시하게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너무 무관심하게 되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무시하고 '마음먹기 달렸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혼자만 들어갈 수 있는 천국은 천국이 아니라 차라리 지옥에 가깝지 않을까?    


 


최인철 교수는 그의 책에서 어느 한 가지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한다. 삶의 천재들은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맞는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낸다고 한다. 5살 꼬맹이가 '인생이 다 그렇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대견하기보다는 소름이 돋고 안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이 넘은 어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자칫 '객기'로 전락할 수 있다. 인생의 유한함과 한계를 인식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은 비겁함이라기보다는 지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려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잠잠하게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달라는 어느 기도문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때와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동시에 바꿀 수 있는 것이나 용기가 부족해 포기하지 않기를, 그리고 바꿀 수 없으나 냉철함이 없어 무모한 낭비를 하지 않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Solo'로 돌아가 보자. 과연 당신이 44살의 남성이었다면 마음에 드는 이상형이 나타났는데 그 여성이 29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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