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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습관 May 08. 2017

너무 잘하고 싶어서 그래요

엄마 일본에 갈까?

우여곡절 끝에 떠난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은 어땠을까?


엄마에게 묻고 싶다. 여행의 목적은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 행복하게 기억되는 것이었다

공항에서부터 엄마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하고 한껏 들뜬 마음을 잔뜩 표출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야 다른 비행기를 타고 온 언니와 만나 호텔을 찾아 짐을 맡기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것이다. 계획된 일정을 따라 움직였다면 좋았을 텐데

욕심이 생겼다.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 한참을 헤매었고 힘겹게 도착한 레스토랑은 이미

런치가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갔다


길을 찾느라 고생하고 배도 고팠을 텐데 엄마는 그저 "천천히 해"라고만 말했다

얼마나 불안하고 힘드셨을까? 언니와 조금씩 다투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 지친 피로를 씻어내고 뽀송한 이불속에 누워 엄마에게

오늘 어땠냐고 물었다. 엄마는 나와 언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꺼내셨다


"너무 좋았어! 그런데 밥을 좀 잘 챙겨 먹었으면 좋겠어!"


아! 실수다

친구들과 여행에 익숙해져, 계획된 일정을 쫓다 보니 끼니를 놓치기 일쑤였고 엄마의 컨디션을 체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다음 날 곧장 편의점에 가서 초콜릿과 간식거리를 샀다. 끼니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걷다 보면 지칠 엄마의 체력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꾸준히 등산을 해온 덕분에 체력은 오히려 나보다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엄마와의 여행에 가장 중요한 중 하나는 '먹는 것'이었다


엄마와 첫 여행은 나에게는 어쩌면 파란만장한 여행과도 같았다

마치 한 사람만의 가이드가 된 느낌이랄까? 엄마의 밥 얘기 이후로 다음날부터 제대로 된 식당을 찾고

간식도 열심히 챙겨 먹었다


엄마와의 여행에서 특별히 준비할 건 없다. 이미 낯선 나라에 낯선 도시,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엄마는 이미 

충분히 여행 중이니 말이다. 엄마와의 여행은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엄마의 엄마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좀 더 수월해진다. 아이를 다루듯 안심시켜주고 끼니를 챙기고 사진도 찍어주면서 말이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지 말고! 


2014 | 고베 롯코가든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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