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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습관 May 09. 2017

엄마를 위한 여행이었지

후쿠오카 

엄마와 떠났던 두 번째 여행지는 후쿠오카였다

이번에도 역시 언니와 함께였는데 첫 여행보다는 좀 더 부담감이 줄었던 여행이었다


게다가 나름 나에게는 특별했던 여행이었다

엄마의 생일 선물로 준비했던 여행이었던지라 나 스스로에게 뿌듯함이 컸던 여행이었으니 말이다

후쿠오카 여행은 잘 마무리 지었지만 문제는 몇 개월 후에 터지고 말았다


우연히 친척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사촌 언니는 무심코

"엄마 여행도 좀 보내드려? 너 혼자 열심히 다니지!"

라고 장난스레 물었고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엄마는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지난 여행이 

무색해질 만큼 섭섭함이 몰려왔다. 친척집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에게 화를 냈다


나름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던지라 엄마의 맞장구가 더 섭섭했던 거다. 좀처럼 서운함이 사그라들지 않아

언성이 높아졌다. 엄마는 그런 게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나는 여행 같은 거 보내주는 게 아니었다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차 안에는 어색함만 감돌았다. 그렇게 엄마에게 서운하다고 고레 고레 소리를 질렀던 날이 어버이날 무렵이었다


친척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미리 주문해두었던 어버이날 꽃다발이 아니었다면 한동안 무거운 공기가 지속됐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집어삼키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7년 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키워준 엄마에게 여행 한 번 보내준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좁은 차 안에 쩌렁쩌렁 울리던 내 목소리를 집어삼키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엄마에게 미안했다

엄마를 위한 여행이었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여행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나중에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그때 여행 정말 즐거웠다고 고맙다고 작은 딸 덕분이라고 말이다


속 좁은 둘째 딸이라 엄마에게 미안했다

속 좁은 둘째 딸이지만 이만큼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지 못했다


그래도 그저 쭈뼛거리며 멋쩍어하는 작은 딸을 이해해주실 테지 엄마는!


 2015 | 가라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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