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어린 왕자가 어른 왕자에게
저는 그냥 엄마 딸만 하고 싶어요. 엄마, 아빠 안 하고 우리 엄마 할머니 돼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요.
언제까지나 그저 엄마 딸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여전히 나는 엄마의 딸이다.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도
난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다.
어릴 땐 그랬다.
나는 그저 우리 엄마 딸!
어릴 땐 그저 엄마와 평생 살고 싶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엄마 딸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다른 이름들이 싫어서 엄마 딸로만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어른이 되니 불리는 이름이 너무 많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붙여주는 좋기도 한, 짓궂기도 한 별명이 생겼다.
조금 더 큰 언니가 되어보니 이미지가 만든 인식의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더 어른이 되어보니 책임감이 주는 떼어낼 수 없는 사회적인 이름이 생겨버렸다.
학교를 다니고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참 감사하다.
하지만 때론, 아무런 인식도 책임감도 주어지지 않았던 그저 우리 집에서 엄마 딸로, 아빠 딸로 불리던
걱정 없던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어릴 땐 몰랐다.
나를 부르는 이름이 이렇게 많아질 거란 거.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 엄마라 불리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