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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습관 Jun 21. 2018

"왜 자꾸 혼자 여행 갈 생각해?"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 하지만

“왜 자꾸 혼자 여행 갈 생각해?”     


불만섞인 목소리로 엄마가 물었다.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배송되어 오는 여행잡지를 들여다보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툭 튀어 나왔다.     


‘여긴 혼자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엄마는 혼잣말을 기다렸다는 듯, 언제라도 반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처럼

따져 묻기 시작했다.      


“왜 자꾸 혼자 여행을 가느냐고!”


굳이 왜냐고 물으시기에 아무렇지 않게 “그럼 누구랑 같이 가야 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혼자 가서 무슨 재미라는 잔소리로 시작해 여행은 혼자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며 혀를 차셨다.     


‘그건, 엄마가 혼자 여행을 안 가봐서 그래!’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났던 곳이 오스트리아였다. 주변 사람들의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여행을 떠났다. 처음으로 시작과 끝, 모두 오롯이 혼자였던 여행이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막상 낯선 곳에 혼자 놓이자, 여행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외로움과

쓸쓸함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금도 혼자의 여행을 떠올리면 외롭고 쓸쓸했던 그 감정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말이다.     


낯선 도시에서 모든 걸 혼자 해야 하고 이 멋진 배경을 뒤로 하고 나를 예쁘게 담아줄 사람이

없다는 건 적잖이 쓸쓸한 일이다. 하루, 이틀 혼자라는 시간에 적응해 갔지만 그 시간에 적응해 나가는 만큼 

사람이 그리웠다. 그리고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과연 나는 또 혼자 여행을 떠날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뭐랄까,

여행을 끝날 즈음 ‘나는 또 혼자 여행을 떠나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모두 이겨낼 수 있는 무언가를 충분히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번째로 혼자 여행을 떠났던 곳이 후쿠오카였다.


처음 보다는 덜 외로웠고 덜 쓸쓸했다. 외로움과 쓸쓸함은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 깊이가 조금 얕아졌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자유로움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그 날 하루의 시간을 정하는 것도

쉬고 싶을 때 쉬기도 하고, 책도 읽기도 하는 

    

그 누구와 여행할 때보다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게 혼자만의 여행이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혼자 여행을 떠나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낯선 공간에서의 모든 게 자유로운 그 시간들을 다시 누리기 위해 다시 또, 혼자 떠나는 비행기 표를 구입하게 될 테니!     


2018 4 / OHORI PARK, FUKU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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