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Ka Apr 21. 2016

내비둬~ 알아서 잘 자라겟지

홍상수감독


“제가 (영화라는) 아이를 낳았는데, 무대 위에 세워야 하는 거죠.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예쁜 옷도 입히고, 말투도 교정시키고, 사람들이 귀여워할 만한 행동도 가르쳐요. 저는 아이가 그냥 속 편하게 크길 바라니까, 밖에서 놀다가 올라가서 그냥 네가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고 내려오라고 그러고요. 그러면 관객들은, 말도 잘하고 귀여움도 잘 떠는 아이를 더 좋아할 수도 있겠죠. 제 아이를 보면서는 ‘쟤 너무 준비를 안 한 것 같아. 부모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 그럴 수도 있는 거고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 아이가 스스로 크게 맡겨놓는다는 거죠. 그런 차이가 조금 있는 것 같아요.”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은 색다르다. 다행히 나에게는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우리선희'를 보았을 때 '아 이 감독은 투박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건재감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장건재 감독은 동양화 같이 여백을 많이 남겨두지만 단정하게 다듬은 느낌이 들었다면 '우리 선희'는 투박해서 내가 보고있는 것이 스크린인가 아니면 내 앞에 일어나는 일인가 햇갈렸다. 홍상수 감독은 시점샷이 없다. 배우가 보는 시점으로 카메라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직 카메라는 기다릴 뿐이고 보는 우리 역시 기다리게 된다. 술집씬에서도 쇼트가 바뀌지 않은 채 계속 기다리고 있다. 마치 야구공이 미트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리는 포수가 된 느낌이었다. 특히 '우리선희' 치킨집에서 쇼트는 정말 오랫동안 바뀌지 않고 그 장면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루할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영화안에 배우가 되어 배우 마음을 느끼진 못하지만 그 배우 옆에 있는 느낌을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찰자의 시점으로 감독은 우리의 위치를 배우와 너무 멀지도 않고 배우와 밀접하지도 않게 배치 했다.


그의 영화에서는 실제로 술을 마신다고 한다. '우리 선희'에서 문수의 술주정을 보면서 참 나랑 비슷하네 생각을 했는데 정말 술먹고 술주정 하는 것이었다. 감독은 그때 이선균이 대사를 까먹고 못쳐서 횡설수설하는 것을 카메라에 다 담았다고 했다. 이 것이야 말로 방임주의인가! 인터뷰 내용이 딱딱 들어맞는다. '쟤 너무 준비를 안 한 것 같아. 부모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감독이 제공한다. 갑자기 카메라를 줌 업시키면서 우리를 그쪽으로 빨려가게 만들어버린다. 그런 투박하고 거칠게 카메라 줌을 당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강제로 빨려간다. 홍상수감독의 특징이라고 한다. 역시 '다른나라에서'영화에서도 안느를 갑자기 확 당겨서 크게 보여주는 등 박력있게 우리를 끌고 다녔다.


유사한 씬들이 계속 반복된다.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면서 반복되는 씬들이 마치 우리의 삶을 표현하는 느낌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는 항상 다른 오늘을 맞이 한다. 날씨가 다를 때도 있고 버스가 늦게와 지각할 때도 있다. 길가다 새로운 사람들을 보고 설렘을 느낄 때도 있다. '다른나라에서'의 세명의 안느가 등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가는 길은 같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반복적인 상황에서 우연적인 요소는 우리에게 '조금은 달라지니깐 반복적인 것들을 다시 해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둘러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