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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Ka Mar 17. 2016

10대 때 내 모습은 어땠나.

영화 회오리바람 리뷰

  '회오리바람' 같은 영화는 한 번에 보지 못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영화 같았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중간에 딴짓을 하다가 다시 보면 재미가 반감되겠지만 '회오리바람'처럼 시간 배경이 왔다 갔다 거리는 영화나 로맨스 영화는 더욱 재미가 없어진다.

  영화의 첫 시작에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쭉 영화에 담겨있었는데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꿈 속이나 생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더욱 이런 느낌이 만들어 주게 한 요소는 콧노래였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콧노래가 인상적이었다. 콧노래를 들을 때마다 태훈이와 미정이의 추억이 나에게도 공유되는 듯했다. 마음이 시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여자친구가 있는 것을 들켰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하키 스틱으로 10대를 때린 후 헤어지라고 하셨다. 그 날은 내 생일날이었다.

"7시까지 해결하고 와라. 안 헤어지고 오면 더 맞는 거야"

  원래 한강에 여자친구랑 내 생일날 마지막으로 놀러 가려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니깐 그렇게 하자했다. 내 담임선생님은 내 의견을 용납 못하셨다. 결국 학교 근처 공원에서 내 생일을 보냈다. 그날 날씨가 정말 좋았다. 3월 27일이면 따뜻한 봄 날씨니깐 말이다. 그렇게 그냥 날씨 좋은 날을 뒤로한 채 헤어지고 엉덩이가 아파 뒤뚱뒤뚱 걸으면서 야자를 하러 갔다. 뒤를 돌아봤는데 여자친구는 잘 가고 있어서 더 슬펐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후에 다시 만났다가 안 만났다가 하며 슬퍼했던 내 모습이 태훈이에게서 많이 떠올랐다.

  컵떡볶이가 한 컵에 천 원이다. 학생 때 학원 끝나고 많이 사 먹었는데 하염없이 떡볶이 먹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이 정말 순수해 보이면서도 아련했다. 추워서 코를 훌쩍이며 따뜻한 컵을 감싸고 떡볶이 먹는 모습을 보니 ‘먹방’급이다. 나까지도 먹고 싶게 만들었다. 노랗게 염색하고 오토바이를 타며 가던 지금의 태훈이도 아마 기다리면서 먹었던 떡볶이 맛을 못 잊었을 거다. 나는 주로 킨더 초콜릿이나 홀스 사탕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킨더 초콜릿은 하나씩 녹여먹어야 하는데 다 녹을 때까지 못 기다리고 씹어 먹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적을 자주 보았다. 크기는 작아가지고 양도 별로 없던 게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부모님한테 다 컸다고 자기 혼자 돈 벌겠다고 성질부리던 태훈이가 저렇게 순한 양처럼 가만히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나는 저 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태훈이가 짜장면 배달 알바를 할 때 '왜 돈을 벌지'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용돈을 안 받고 경제적 자립을 원해서 저러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훈이는 순정파 로맨티시스트였다. 사고 내서 얼마 받지도 않은 돈을 몇 장 남기고 다 써버렸다. 직원한테 “저기 목걸이 목에 대봐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며 참 철딱서니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햄버거집에서 짧은 편지를 목걸이가 든 종이백에 넣는 모습이 못나 보이지는 않았다.

목걸이 사고 햄버거도 사 먹느라 월급은 거의 다 썼겠지만 10대의 로맨스는 참 당돌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태훈이 눈 앞에는 미정이 밖에 안 보인다. 나이 들면 나이 들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져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진다는데, 태훈이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은 내가 봐도 태훈이는 귀엽다. 만약 태훈이와 미정이가 사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면 태훈이와 미정이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진다. 10대들의 사랑을 물 흐르듯이 잘 표현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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