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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J Apr 24. 2016

후배가 던져준 물음표

나의 호기심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갓 입사해서는 한달 걸러 계속되는 외국어테스트, 방송테스트, 새기종 교육, 갤리를 지나 일등석교육 그리고 현지의 언어까지 공부할 것들이 정말 넘쳐 났었다. 그렇게 처음 2년을 보냈다.


그 시간동안 호기심에 취해 있었던 나는 힘들기는 커녕 그저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즐거웠고 배움, 그 자체가 기쁨이었다. 타지살이에서 꼭 거쳐간다는 향수병을 느낄 시간도 없이.


비행이 없는 날이면, 굳이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타국에 살고 있으니 문밖에 나가면 관광객 모드였다. 피곤해도 틈만나면 관광지를 가고 새로운 세상에 감탄하며 지냈었는데, 요즘의 나는 아무런 감흥 없이 그저 스케줄에 끌려 다니며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오래 흘러서 일까 열정이 식었기 때문일까.


이번비행에서 입사한 지 딱 1년 됐다는 후배동료와 함께 방을 같이 쓰게되었다. 스테이션에 도착해 하루 쉬고 다음날 늦은 오후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 비행. 당연히 호텔에서 푹 쉬어야지 했었던 나는 오늘 일등석이 풀부킹 이라는 것을 핑계로 조식만 겨우 먹고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같이 방을 쓰던 그 친구는 조식을 먹고 나서 짐을 뚝딱 챙기더니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어쩐지 캐리어 짐이 많아 보이더니만 큰 카메라 때문인 듯 했다.


보통 장거리 비행은 짐을 줄여 가는 게 보통인데.. 카메라를 손에 쥐고는 상기된 표정이 되더니 호텔 근처풍경이 멋지다며 나가서 한바퀴 돌며 사진을 찍고 오겠다고 했다같이 가지 않겠느냐며 묻는 그 친구에게, 몇시간 후에 우리 출발해야 하는거 잊은 건 아니지 하고 장난삼아 되묻고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 주었다.


피곤했을텐데 늦은 저녁까지 카메라 작동법이 쓰여 있는 책을 보는 것 같더니,  오늘 사진을 찍지 않으면 못 베기겠다며 나가는 그 친구의 얼굴에서는 반짝반짝 빛이났다.


나이가 들수록 표정이 점점 없어지고 무표정이 되어가는 이유는 호기심을 잊고 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본인은 새로운 배울거리를 항상 찾아 다니신다던 한 교수님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나의 그 많던 호기심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오래전부터 승무원이 되려고 결심했던 나는 교양과목을 선택하는 커리큘럼의 항공법만을 보고 호기심에 겁없이 법학과의 교양과목을 수강하기도 했었고, 관광학과의 수업을 듣기도 했었다. 4년간의 대학시절은 온통 승무원에 대한 호기심 그것 뿐이였다. 그래서 내 대학생활은 더 풍성했다.


그 후배동료의 모습을 보며 가리지 않고 열심히 배웠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졌다. 나는 그동안 너무 일에만 얽메어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지냈던 건 아닐까.


호텔가서 읽어야지 하며 캐리어에 챙겨온 여행, 관광관련 잡지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새로 나온 에어버스의 기종 그리고 다른 항공사의 일등석 서비스, 취항지 소개 등 기사에 푹 빠져 읽고 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공허했던 마음이 꽉 차오르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기쁨에 예전처럼 마음이 두근두근 해졌다.

그래서 다시한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호기심 어린 물음표를 던져 보았다. 한동안 피곤하다는 것을 핑계로 미루었던 중국어 책을 꺼냈고 요즘 관심이 생긴 마케팅 을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시작하기 전 현직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지인과 약속을 잡았다. 또 다시 도전할 것들이 생겨서 다행이다.


어쩌면 그 친구와 이번 비행을 함께 한 것이 큰 행운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호기심을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나에게, 새로운 물음표를 던져준 그 친구에게 다시한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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