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해결편
입사 전, 공항에서 줄지어 가는 승무원들을 보면 도대체 캐리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 지 너무 궁금했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캐리어 안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들이 들어 있을 것 같은 환상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지인들로부터 받는 질문들 중 하나 이기도 하다.
우리는 캐리어를 '돌돌이' 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어딜 가나 가지고 다녀야 하기에 붙여준 애칭 정도 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 캐리어 안에 있는 물건들은 실제로 기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들을 위주로 꺼내기 쉽게 챙겨 넣고, 캐리어 위에 올려 다니는 세컨백 안에는 보통 장거리 비행시의 개인 물건들을 넣어 다닌다.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파우치, 마스크팩 등은 제외하고 무엇이 들어있는 지 알려 드리고 싶다.
1. 기내화
공항에서는 하이힐을 신지만 비행기 탑승 후에 플랫슈즈 같은 기내화로 갈아 신는다. 비행 내내 하이힐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다리와 발이 잘 부어서보통 한사이즈 더 넉넉한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신입 때 딱맞는 사이즈로 샀다가 비행 내내 엄청 고생하기도 했었다.
2. 앞치마 1+1
밀 서비스 할 때 입는 앞치마는 혹시나 음식이나 음료가 튀어 얼룩이 질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해 여분으로 하나 더 챙겨 다닌다. 매 비행 전에 유니폼과 마찬가지로 다림질을 해 준비한다..
3. 기내방송문 책
모든 승무원이 기내방송을 하지는 않지만 때에 따라 하게 됨으로 꼭 넣어 다닌다.
4. 개인 노트
브리핑 때에 캐빈매니저 분들이 가끔 비행에 관련된 질문을 한다. 비상설비, 비상탈출요령, 롤플레이 , 그 달의 중요한 서비스, 안전관련 이슈 등등 모든 승무원들이 각종 정보들을 적어 놓은 개인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폭탄질문을 받은 브리핑은 팀원들 모두비행 가기도 전에 퇴근 할 때의 그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5. 영양제
밤새 일하며 식사도 거르게 되는 것이 일상이기에 많은 승무원들이 비타민들을 열심히 챙겨 먹는다. 어떤 것들을 먹는 지 지인들이 자주 물어보시는 데 나는 종합비타민을 무조건 먹지 않고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를 기본으로, 햇볕을 자주 못보기에 비타민 D 는 꼭 따로 챙겨 먹고 있다. 그리고 밀크씨슬, 커큐민도 몸 상태에 따라 종종 먹는다. 영양제를 고르시는 중이라면 체질에 맞게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다.
6. 구두약
기내에서 카트의 브레이크를 밟다보면 기내화에 스크래치가 너무 자주 나서 그 부분에 막음칠을 위해 사용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청결한 하이힐 관리를 위해작은 구두약은 필수이다.
7. 승객 수 카운트 할때 쓰는 기계
만보계처럼 작은 사이즈에 버튼을 똑딱 누를 때마다 숫자가 올라간다. 국제선에서 각 통로의 승무원들이 작은 기계를 승객수에 맞게 누르며 지나가는 모습을 보셨을 것이다.
보통 모든 승객이 탑승 하고 문을 닫기 전, 지상직 직원에게 승객명단과 각종서류들을 넘겨 받고 승객수 컨펌을 해야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용하는 횟수가 많지는 않지만 탑승권 수와 실제 탑승객 수가 일치 하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정확한 확인을 위해 이 기계를 이용해 승객수를 카운트한다. 그 때 이 기계가 빛을 발한다.
8. 취항하는 국가의 화폐들
매 주, 다른나라를 비행함과 동시에 각 나라의 각종 화폐들이 생겨 아예 따로 지갑을 하나 만들었다. 그 나라에 비행갈때 마다 화폐들도 바꿔서 가지고 다니는데 아직도 물건을 사고 남은 동전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난감하다.
9. 펜 꾸러미
작은 핸드백 안에는 여권, 아이디카드 등이 있는 데 승객분들과 다른점은 엄청난 양의 펜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입국카드 작성을 위해 많이 빌려 가셔서 넉넉히 챙겨다닌다.
한 외항사 승무원분의 블로그를 보았는데 사정상 비행을 마치고 유니폼을 입은 채로 LCC 항공을 타고 퇴근 하셨단다, 너무 피곤해서 내내 자고 일어나서 내리려는 데 그 항공사 승무원 분이 음료도 한잔 못하시고 많이 피곤하시냐고 물으시며 대신 센스넘치는 펜 꾸러미를 선물로 주셨다면서. 역시 같은 분야의 분들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분명 존재 하는 것 같다.
10. 포스트 잇
많은 승객분들의 필요 사항을 챙겨 드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포스트잇이다. 서비스와 상관관계가 전혀 없을 것 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유용하게 쓰이는 데 승객분들이 필요로 하시는 것들을 혹여나 잊지 않기 위해 포스트잇에 물건과 좌석번호를 메모해 놓을 때 사용한다. 가끔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을 때 정말 요긴하게 활용된다.
예전엔 그리도 특별해 보였던 캐리어 안의 물건들은 이제는 익숙해져서 와닿지는 않아졌지만, 그래도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서 !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 되셨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