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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J May 12. 2016

시차, 그것이 문제로다

비행은 체력전

비행시간만 14시간 가까이 되는 토론토를 다녀왔다. 그렇게 도착한 그곳에서 12시간 시차 정도야 괜찮아를 외치며 팀원들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돌아와 그렇게 사흘을 현지 시각으로 살았다. 사실 첫날만 힘들지 도착하면 새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그렇게 바뀐 시차는 이상하게도 금방적응이 된다.



다시 돌아온 베이스에서 3일을 내리 쉬고 새로운 스케줄이 나왔다.


이틀 연속 아침 퀵턴
삼일 째 장거리 비행 당첨


장거리 비행에서 돌아와 시차가 돌아 오기도 전에 배정 받은 아침비행은 정말 최악이다.


잠을 조금이라도 자보려 애를 썼지만 이미 밤낮이 바뀌어 버린 나는 뜬눈으로 한시간을 누워있다가 잠은 포기하고 일어나 결국밤을 꼬박 새버렸다. 그리고 진한 커피 두잔을 내려 마시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아직 진짜 비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아침 5시, 브리핑을 위해 회사로 가는 차안에서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의 반수면 상태로 비행을 했던 것 같다.서비스 할 때는 바쁘게 몸을 움직이니 피곤한지 모르고 있다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점프싯에서 잠이 어찌나 오는 지 그 시간이 정말 고문이었다. 커피는 도대체 비행 내내 몇잔을 마셨는지. 평소에는 카페인에 약해 저녁 즈음 커피를 마시면 깊이 못자는 데 밤을 꼬박 새서인지 그날 따라 잠을 깨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5시에 출근해서 비행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였다. 샤워만 간신히 하고 그대로 기절한 듯이 잠들어버렸다. 시차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일찍 일어나 하루만 고생하면 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그날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자고 일어나니 저녁  11시.




아...오늘도 시차적응은 실패구나.



그렇게 하루 더 밤을 새고 아침비행을 다녀왔고 다음날도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로   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또 다시 장거리 비행을 왔다. 여긴어디 나는누구 라는 우스갯소리가 비행 내내 실감이 났다.


'비행은 체력전이다' 그래서 잘 먹고 잘 쉬는 게 필수인데 비행시간이 들쑥날쑥이라그게 참 쉽지가 않다. 새벽 2시에 이륙해서 다음 날 오후 12시 도착이라고 하면 중간중간 쉬니 별로 안힘들지 않나 여기는 분들이 계시다.하지만, 비행기에 탑승하기 까지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륙시간 02:00>

메이크업 및 헤어두: 하루 전 21:00~

집-회사 : 23:00

브리핑 시작 : 23:30~

회사-공항 : 00:30~

10시간의 비행은 그제서야 시작된다.


그렇게 미리 탑승한 기내에서 승객분을 맞이할 준비를 한시간 내에 마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 부터가 진짜 비행이다. 다들 비행시간만 생각 하는 데 사실 준비시간과 이동시간도 만만치 않다. 체력은 기본이고 시차로 인해 피곤할지라도 비행하는 그 시간 만큼은 몸을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시차를 겪는다는 것은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직업이 아주 가끔 극한직업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정말상상 그 이상이다.


예비 승무원 분들께 조언드리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이번 글에서 하나를 꼽는다면 미소연습, 보이스 트레이닝도 물론 중요 하지만 그것보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내실을 기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튼튼한 체력이 뒷받침 되면 밝은인상과 미소는 저절로 따라 온다. 그렇기에 체력을 먼저 키우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친한 친구에게 시차에 대해 낱낱히 이야기 해주니 군복 대신 유니폼 입고 행군 하냐며본인 군 시절에 발에 물집 잡히도록 밤새 고생했던 행군이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물론 비행과 견주면 행군이 몇배는 힘든 일이지만 실제로 겪어보신 예비군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것 같다.


이번에 베이스로 돌아가면 단 몇일이라도시차가 되돌아 오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장거리 비행을 가면 또 다시 바뀌겠지만 규칙적인 생활이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국제 비행에서  토끼눈이 되어버린 승무원들을 만나신다면 시차문제일테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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