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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J Mar 31. 2016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내 친구가 승무원이 되었다면

승무원이 되기전에는 외출 할 때마다 하이힐을 신었었다. 20대 보통 여자들이 그렇듯 그 구두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치장을 하고 다녔다.


비행을 갈때마다 유니폼에 맞는 풀메이크업과 스프레이로 단단히 고정한 올림 머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행이 없는 날이면 정말 편하게 입고싶어진다. 한살한살 먹어가며 너무 과하게 꾸미는 것보다 클래식한것이 사람 그 자체를 빛나게 해주는 것임을 알게 되어서 일까.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 빼고 옷도 신발도 무조건 편한 것으로 찾아 입고 신는다.     한국사람이 많이 없는 곳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예전부터 나를 알고 있던 친구들은 너무 릴렉스해진 지금의 나를 의아해 했었다. 승무원이 되면 더 꾸미고 다닐 줄 알았다나.


다시 한번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편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5년 연말, 지인들과 저녁식사 하러 간 한국 식당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났다.


그것도 넓고 넓은 나라 중에 하필 내가 있는 이 도시에, 같은 시간에, 또 같은 식당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는데 지나가다 날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어찌나 놀랍고 반갑던지.

더 신기한 사실은 한국에 사는 동안은 한번도 그 친구를 마주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각자의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1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한참 추억에 빠져 있을 때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승무원이 됐다는 이야기를 또 다른 친구를 통해 듣고나서 많이 변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 너무 똑같아서 이상하다." 라고 했다. 성격이 바뀌었을 줄 알았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그러면서 그 친구도 회사 생활하면서 성격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그 친구도 여전히 그때 그시절의 장난기 많은 친구 그대로였다.



휴가를 내고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하나같이 나를 보며 하나도 안변했다고 말했었다. 변하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처럼.  아주 잠깐 기대에 부응 하지 못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떠한 면에서 그렇다는 건지 예상은 했지만 그 말의 속뜻을 되묻지도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었다.



그 친구의 속시원한 물음에 다른 친구들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명쾌하게 알게 되었다. 직업에 대해 꼬리표 처럼 따라 다니는 시선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런경우도 있기에 딱히 부정 할 수 만도 없는 게 사실이다. 내 주변사람들도 직군을 막론하고 입사 후  가치관이나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뀐 친구들이 있다. 비단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회생활이 그럴 수 밖에 없으니 변하더라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한편으로는 승무원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4년간 비행하며 실제로 부딪히고 느낀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수많은 직군 중에 하나 일뿐 아주 특별한 직업은 아니다. 그저 출장을 자주 가는 회사원이고 그냥 사무실이 비행기일 뿐이다. 친구 혹은 주변사람이승무원이 되었다면 당연히 변했으리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그렇듯이
승무원들도 유니폼을 입지 않으면

평범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엄마의 따뜻한 음식과
아빠의 딸바보 응원에
힘이 불끈 나고
부모님께는 사랑받는 딸이자
누군가에게 둘도 없는
동반자이자 친구이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커피 한잔 놓고
오랜시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편한 옆집언니이다



이 글을 읽고 비행기를 타게 되시거든 유니폼 밖의 모습을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 옆집 동생, 누나 혹은 언니 같은 승무원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나 또한 모든 승객 분들 에게 그러한 승무원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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