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에 대한 짧은 생각
첫째 아이를 낳으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언제 둘째 낳을거냐다.
아직 첫째도 다 안 자랐는데 둘째 이야기가 한창이다. 둘째 없는 가정도 나한테 둘째 언제 나을지 묻는다. 꼭 인생 중 아이 하나 낳은 것이 제일 후회된다는 말과 함께. 둘 있는 집은 둘째가 있어서 너무 좋으니 빨리 가지란다. 어차피 낳아 키울 거면 터울도 네 살 이상은 좋지 않고, 힘들어도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을 키우는 게 나중엔 훨씬 수월하단다. 해외에 살고 있으니 아이를 위해서 둘째는 꼭 나아야 한단다. 혼자 큰 아이들은 형제자매 있는 애들과 다르게 얼마나 의지할 곳 없겠으며 더더군다나 해외이니 얼마나 더 외롭겠냐는 것이다.
등등.. 등등의 이유와 말들...
다 안다. 나도.
그리고 그렇게 권하는 이유가
우리를 사랑하고 관심 있게 보아서인 것도 안다.
그러나 이미 모르겠다고 말했음에도
혹은 대화의 화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자꾸 둘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 사양하고 싶다.
언제 한 번은 교회에서 둘째를 출산한 지 약 6개월 정도 된 아기 엄마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엄마 나이는 나랑 동갑. 아빠 나이는 울 남편보다 많지만 그래도 또래인... 상황이 비슷할 수 있겠다. 나한테 둘째를 언제 갖느냐고 묻는다. 마치 내가 가질 거라고 이미 말했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마 내가 "글쎄요. 어서 가져야 하는데..."하고 말을 흐리면 그다음엔 바로 "빠를수록 좋아요. 애들도 비슷한 나이에 키우고..."라는 말의 서두가 나올 걸 지레짐작한지라 아예 잘라 말했다. "둘째 계획 없어요."라고. 그러자 마치 배신당했단 눈빛으로 동그래진 눈으로 날 쳐다보던 그녀의 표정이 가슴에 꽂혔다.
다인이가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집안에 새로운 구성원이 늘어나 마냥 신기하고 행복했던 그때.
변기통에 앉아서 혼자 실실 쪼개며 하루라도 빨리 둘째 가져야겠다 생각했었다.
막상 아가를 키워보니 우린 너무 연식이 오래된 기계들이었고, 다인이 하나 잘 키우고 잘 먹으며 에네지 보충하며 셋이서 신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점점 드는 요즘이다.
아기를 낳지 않고 사는 딩크족들에 비하면, 그래도 이 사회에 우리의 씨를 뿌리고 가는 나름 이 세상에 인구 기여했다는 점에서 둘째를 갖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일단 하나로 만족한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자주 들어오는 둘째 설득은 이제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들었다. 물론 지금 이 상태에서 친구나 주변의 지인이 둘째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맘이 싱숭생숭할 것 같긴 하다. 딱히 원하지 않더라도 뭐랄까... 아직 가임기니까 나도 혹시라는 마음에서 그럴 수 있겠다는 거다.
그러나 하늘이 정말 운명으로 우리에게 둘째를 주지 않는 이상 일부러 지금 가지고 싶진 않다.
우리는 때론 아무렇지도 않게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둘째가 "반드시"는 아니라고요 여러분,
넷째 다섯째 혹은 그 이상을 낳고 싶은 것도 다~개인들의 선택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