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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Designer Aug 05. 2020

#5 사회적 약속 안에서 움직이는 사용자 경험

사용자 경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약속의 힘에 관하여

사용자 경험은 다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MASS를 대상으로 한다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설령 특정 소수를 포지셔닝하는 서비스/디자인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다수가 좋아하고, 이해하고, 어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연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과 취향이 있고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사회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1인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상 다수에 초점을 맞춰서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 표 차이로 갈리는 선거와 같이 막상막하의 결과가 나오는 그런 다수의 관점 말고 정말 극대다수가 공감하고 의견이 갈리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최근에 생활 속에서 관찰하다 보니 '사회적 약속'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신호등, 차선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세계 어디를 가도 의견이 갈리지 않는 공통된 약속은 다양한 사회/문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온 보편적인 사용자 경험인 것이다. 예로 말하자면 차선을 넘어서 주행하는 나라는 없고 빨간불에 출발하고 초록불에 차를 멈추는 나라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대다수가 공감하는 사회적 약속을 다른 사용자 경험으로 풀어간다면 큰 혼선과 설명 없이도 사람들은 손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위와 같은 사례를 활용하여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데 똑같은 의도를 목표로 하지만 사회적 약속 활용 유무는 어떤 차이를 주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같은 목적을 두고 있어도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신호. 인천국제공항(좌) 고속도로휴게소(우) 화장실



화장실 칸이 차고 비어있음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어서 사진의 두 사례는 다른 방법을 활용했다. 좌의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빛이 들어오고 들어오지 않고에 따라, 우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교통 신호체계에서 착안한 빛의 색상에 따라 활용되었는데 어떤 것이 더 직관적일까? 아니 이 글의 첫 문장으로 돌아가서 의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사람을 더 다수로 끌어모을 수 있는 신호가 무엇일까? 사회적 약속이 익숙한 우리들에겐 정확도에 있어서 우측에 더 많은 다수가 몰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단해본다. 유치원 어쩌면 그 이전부터 우리는 나고 자라면서 초록불에 건너고 빨간불에 멈추는 약속을 배움으로써 자연스럽게 이 신호를 접목시킨 화장실에서도 빨간불에는 들어가지 않고 초록불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향해 갈 것이다.


좌의 사례는 미적 인테리어 디자인 언어에 맞추다 보니 형성된 새로운 신호체계이다. 불이 켜진 것은 사용 중, 불이 꺼져 있는 것은 비어있음. 이는 우선 첫째로 새로운 약속을 학습해야 한다는 측면 단점이 있다. 둘째로는 무의식에 입각해 눈에 띄는 것만 말했을 때 당장 눈길이 가는 것은 불빛이 켜져 있는 쪽이다. 마치 급한 사람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살짝 열려있는 문을 보고 찾아가기도 하지만 그간 공항 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빛을 보고 찾아갔다가 차있는 화장실 칸에 당황한 이용자들을 많이 보면서 '유도'의 측면에서는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생각해보건대 사용을 해야 불이 들어오는 이유는 사용할 때의 시간이 사용하지 않을 때의 시간보다 짧기에 전기를 더 절약(?)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전의 글들에도 작성한 바 있는 내용의 결론처럼 보기 좋은 디자인에 사용하기 불편한 디자인이 옥의 티로 남는 아쉬움은 결코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디테일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사용자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며 위의 사례처럼 사회적 약속을 활용한다면 또 하나의 '유니버설 디자인'의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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