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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Designer Jun 10. 2020

#4 셀프, 빠르고 편리함의 모순

셀프 도입은 사용자 관점과 경험의 반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난 일주일간 생활 반경 속에 사용한 셀프 키오스크들. 이젠 정말 웬만해선 셀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셀프를 이용해 보세요. 빠르고 편리합니다."

셀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업종 불문 다 '빠르고', '편리함'을 강조한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시대변화이고 심지어 공공기관도 셀프 기계를 도입하는데 이윤 추구가 최우선인 기업은 오죽할까. 하지만 우리의 그간 경험을 되살려 곰곰이 생각해보면 셀프는 사용법이 익숙해져야 '빠르고', '편리함'의 측면에서는 애당초 필요한 것만 물어보고 대신 처리해주는 대면 서비스와 비교할 때 냉정하게 '편리하다'라고 할 수 없다. 특히 서비스가 복잡할수록 이처럼 편리함을 막는 이유는 가지각색인데 사용자, 기획자, 개발자, 그리고 디자이너 각각의 이해관계를 종합해보면 크게 3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상세한 설명은 차후에 기회를 봐서 하나씩 자세히 분석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 글은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대략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CASE 1 - 불필요한 단계의 존재

결제의 고지 앞에서 맞닥뜨린 메뉴 추천. 과연 세트메뉴에 추가로 필요한 메뉴들인지 의문이다. AI가 추천해주는 것이면 모를까...

셀프가 제공되는 기계가 완성될수록 기획자는 애초 '인건비 절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추가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런 기능도 넣고 저런 기능도 넣으면 좋을 텐데... 맥도날드의 셀프 키오스크는 상품 선택을 완료하고 결제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고객을 유혹(?)한다. 함께 즐기면 더 좋다고...


회사 입장에서는 신제품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번에 구매하지 않더라도 노출을 시킬 수 있는 좋은 요인이 되겠으나 이미 대면으로 주문할 때보다 많은 단계를 거쳐 손님 입장에서는 빨리 결제하고 싶은데 피로감만 증대시키는 성가신 요소로 생각될 뿐이다. 그렇다고 딱히 유혹할만한 비주얼도 아니다. 과연 신상품 노출과 매출 증대에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CASE 2 - 목적이 결여된 기능 중심 표현

기능 중심 표현(좌)과 목적 중심 표현(우)의 사례. '회원번호 입력'이 마일리지 적립을 위한 것임을 알려 주는 안내가 없다. (좌측 사진 출처 : 대한항공 홈페이지)

"마일리지 적립하시겠습니까?"

비행기 탑승 수속을 할 때면 대부분 한 번씩 질문을 받게 되는 질문이다. 마일리지 적립을 하겠다고 하면 수속 직원은 '회원번호'를 손님한테 재차 물어 확인받아서 입력해야 비로소 마일리지 적립이 완료된다. 즉 회원번호 입력은 기능 중 하나이고 이를 알아야 하는 목적은 '마일리지 적립'에 있다. 대한항공의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는 '회원번호 입력'만을 아이콘으로 두어 그 목적에 대한 설명을 놓쳤다. 실무자들이야 당연히 교육을 받았으니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필요한지 알겠지만 일 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사람들에게 과연 '회원번호 입력'이 어떤 목적으로 필요한지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하는 요소일까?


반면 GS칼텍스의 셀프 주유 기계는 포인트 적립할지 여부를 직접적으로 물어봄으로써 직관적으로 적립하는 방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독립된 단계로 두어 사용자가 포인트 적립을 놓치지 않게 하고 있다. 즉 셀프 화면은 실무자들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기능 중심 표현보다는 일상 대면할 때와 동일하게 목적 중심으로 표현되어야 어려움 없이 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자 개발자 모두 실무에 익숙해진 나머지 셀프 기계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의 관점은 놓쳐 기능 중심으로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 시간 등 아무리 제약이 있더라도 사용자 관점은 놓치지 말아야 셀프로 고객을 유도하는 취지가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CASE 3 - 모바일 환경과 동떨어진 인터페이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의 사례. 복잡해도 모바일 플랫폼 안에서 대면 서비스와 같은 순서로 주문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구성으로 되어 있다.

CASE 1과 CASE 2 보다 중요한 포인트이고 셀프 키오스크가 불편한 제일 큰 이유이다. 카카오톡은 기본이요 유튜브는 노인분들도 애용하는 어플인 세상에서 모바일 인터페이스는 모두는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많이 익숙해진 환경이다. 모바일 인터페이스는 조금씩 새로운 기능을 더함으로써 사용자가 점점 새로운 동작이나 아이콘 배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셀프 키오스크는 모바일 환경과 비교했을 때 변화에 매우 늦는 편이다. 예를 들면 스크롤이 안되거나 아이콘 배치도 모바일 환경과 차이가 있는 모습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무로 일하면서 확인한 가장 큰 이유는 셀프 자체 플랫폼에서의 제약이 상당했고 또한 소폭으로 바꾸려 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기업이 당연히 변화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랄까...


그러다 보니 굳이 키오스크를 제공하지 않고 모바일 환경에서 셀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도 있고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가 있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가 편리한 이유는 이미 우리가 모바일 인터페이스에 익숙하고 모바일 쇼핑을 통해 결제 과정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실제 대면으로 서비스받을 때와 동일한 순서로 옵션 선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면 구성 또한 모바일 운영체제별 기본 플랫폼 안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CASE 1, CASE 2, CASE 3 불편함의 공통점에는 결국 사용자 관점, 사용자 중심 환경의 결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사용자 관점을 대변해주는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디자이너가 그 역할을 잘할 수 있고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디자이너가 그런 관찰을 하고 제안을 해도 실무진은 디자이너를 보며 '디자이너가 뭘 안다고?'라고 생각하고 묵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니면 애당초 디자이너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 못하거나 또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물론 여기에는 비용적인 이슈도 그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거의 모든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디자이너는 셀프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있어 실무와 사용자 경험 사이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실무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의 이해도와 관심을 갖춰야 할 것이다. 반면에 기획자는 단지 방향을 정해주는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실무적인 제약들 가령 기본 플랫폼에서의 제약이나, 법적인 제약 등등 디자이너가 과연 필요한 내용일까 싶은 내용까지도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디자이너도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제약 안에서 다수가 공감하고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어려운 내용이다. 정말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테고 또 위 사례들을 분석한 필자조차도 일부는 내부적인 상황이나 그 개발 과정을 전혀 모르기에 그 분석이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건비 절약을 목표 하에 기업이 셀프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고 하면 기왕 만드는 거 최대한 사용자 중심으로, 사용자가 어려움 없이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어설프게 만들고 '빠르고 편리하다'라는 변명은 더 큰 불만만 야기하고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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