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세상은 UX와 함께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앞에 두 시리즈에 이은 마지막 글이다. 아무리 기업에서 UX와 UI에 대한 혼선이 있더라도(1편), 그리고 그 원인이 교육에서 시작되었더라도(2편), 그래도 누군가는 의식을 하던 안 하던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꼭 'UX'부서에서만 그렇게 만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이번 편엔 내가 아는 선에서 UX부서를 운영을 하고 있는 기업 중 '사용자 경험'이 잘 반영된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다만 결과적 의미의 '사용자 경험'인지라 직접적으로 듣고 보지를 못했기에 실질적으로 UX부서가 주도적 역할을 하여 반영된 성과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직간접적 역할은 하지 않았을까? 사실 UX부서에 대한 성과 측정은 IT기업이 아닌 이상 어느 회사나 다 안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의 UX부서도 그러했고... 하지만 이는 다음에 기회 닿는 대로 논해보도록 하겠다.
#CASE 1
생각해보면 사용자 경험은 어디에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사용'하면 '경험'이 자동적으로 인지되고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들은 어렵다, 쉽다, 신기하다, 편리하다, 이상하다, 왜 이렇지? 등등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UX부서를 만드는 것은 아닐 테니, UX부서를 운영하는 큰 이유를 두 갈래로 정리하자면
1) 기존에 알고 있던 사용 방식이 개선되어 쉽거나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고
2) 기존에 없던 기능을 구현함으로써 새로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일 것이다.
우리 일상에 가까이 존재하고 위 두 갈래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UX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분야를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자동차 산업이 가장 독보적이지 않나 싶다.
1)의 예로는 기어봉이 대표적일 것이다. 수동변속 시절에는 어느 제조사던 사용자 경험을 고려할 일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후진 기어에 대한 별도 배치는 실제 인간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사용자 경험의 반영이었으리라). 사람이 수동기어 작동 방식을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춰 자동변속기로 변하고 또 기계식에서 전자식 자동변속으로 변하면서 각 제조사들은 버튼식, 다이얼식, 칼럼식 기어 레버 등등 다양한 형태의 변속기 형태를 통해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공조 시스템 조작 방식에서 어떻게 하면 조작 단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터치스크린으로 제공할 것인지 또는 조작 실수나 안전운전을 위해 물리적으로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모두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번의 경우에는 최근의 자동차 제조분야에서 UX부서가 운영되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가령 차박이 활성화된 요즘, 과거엔 소비자가 차에 맞춰 차박을 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차가 차박에 맞춰 시트를 변형시키고 필요한 기능들을 제공하는데 그것도 UX부서에서의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 외에도 카페이(Car Pay, 경우에 따라선 인카페이먼트로 불림), 차선 변경 시 계기판에 변경하고자 하는 차선 쪽 카메라 화면을 보여주는 기능, 조만간 새로이 출시될 전기차에 도입될 '페이스 커넥트' 등등... 실제 구현은 개발자 및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겠지만 기본 아이디어와 그 프로토타입은 UX 부서로부터 시작된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CASE 2
위는 배민의 UX리서치팀의 구인 글을 스크린 캡처한 내용이다. 앞선 글에서 UX는 UI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기에 어째서 APP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구인 글을 가져왔을까 라고 생각하겠지만 배민 APP에 대한 UI를 분석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조직에 대한 소개와 주요 업무에 대한 글을 보면 그동안 겪어본 UX 조직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을 지향함을 느꼈다.
첫째로 '사용자를 관찰하고 분석'한다는 점, 둘째로는 '다양한 환경과 이해관계자'를 살펴본다는 점, 마지막으로 '인사이트를 서비스를 만드는 유관부서에 쉬운 언어로 전달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즉 1편에 썼던 경험과 같이 상품 실무 쪽에서 신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UX부서에서 주도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업무가 위 내용과 같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는 업지만 적어도 '주도를 한다는 점'과 그 바탕은 '사용자'에서 시작한다는 의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선 조금은 다른 인식을 바탕으로 한 UX부서가 아닐까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사용자'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펼쳐두고 본다는 점은 괜히 해당 업체가 과점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이다. 물론 그만한 시장 지위를 형성하는데 마케팅, 브랜딩, 영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었겠지만 사용자 경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도 그 한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워낙 다양한 부서가 치열하게 성과 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 구조상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UX부서가 있어도 사용자 경험에 대한 분석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 경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도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각 부서의 이해관계에 맞춰 변형되다 보면 처음의 '사용자 경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도 한다.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나의 전 직장에서도, 현 직장에서도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 앱을 운영하고 본 서비스와 연계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UI 디자인은 세련되고 좋은 형태를 갖추고 있을지는 몰라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은 절대 사용자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지 않고 있다.
올리는데 시간차가 생기긴 했지만 이번 1, 2, 3편은 사실 처음 브런치를 하면서부터 맨 처음부터 쓰고 싶었었다. 학창 시절엔 배우고 공부하면서부터 처음부터 가졌던 의문이었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뼈저리게 느꼈던 것들이라 어떻게 보면 그간의 경험에 대한 총 집합체였기 때문이다. 글로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여전히 말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더 정보 전달력이 쉽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바로 글에 대한 '사용자 경험'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