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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Designer Mar 31. 2020

[INTRO]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로서의 기획자, 실무자로의 4년여 경험을 돌이켜보며

1.

디자인 프로젝트나 산학 등을 할 때면 항상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주문은 두 가지 중으로 수렴했다.


"이쁘게" 혹은 "창의적이게".


그러나 결과물이 구체화되면 될수록 이렇게 바뀌고 저렇게 바뀌면서 결론은 항상 새드 앤딩이거나 어디서 본 것과 같은 느낌이었고, 과연 이걸 내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내 자식 같지 않은 자식을 낳곤 했다.



2.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경험하면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① 디자인은 과연 디자이너가 하는 것인가? 특히 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에서 더 그 의문이 들곤 해서 그다음 의문으로 이어졌다.

② 기업은 과연 어떤 NEEDS에 의해서, 어떤 생각으로 디자인이 필요하고 적용시켜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가?


그래서 경영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여 두 번째 전공으로 삼아 학교를 11학기까지 꾸역꾸역 다닌 끝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



3.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일반 기획 직군으로 취직할지 디자이너 직군으로 취직해야 할지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되었었다. 결론은 디자이너로 일하기보다 프로젝트 당시 방향을 툭하면 바꾸고 이래라저래라 했던 그 더럽고 치사한 기획자가 되어보아서 내가 직접 디자인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최종 사용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시키는 역할을 해보아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디자인과 그 과정을 이해하는 기획자가 되는 것 그것이 내 목표가 된 것이다.



4.

사실 브런치 작가 등록은 4년 전 졸업을 앞두고 되었었는데 그때는 글을 쓰기에는 아직 내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없었고, 경험도 부족하다 생각해 계속 미뤘었다. 하지만 소비재 스타트업 1년, 금융권 2년, 그리고 항공업 2년 차에 접어드는 현재 각기 다른 3가지 산업에서 4년 넘게 기획자와 현장 근무자로 일하면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와 일을 하게 되거나 디자인을 적용시킬 수 있는 일을 해왔고, 경험이 쌓이는 과정에서 이전에 내가 가졌던 관점에 대한 확신도 가졌을뿐더러 그간 느낀 점을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정립할 수 있어서 이렇게 꾸준히 글을 써보고자 한다.


①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는 산업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단지 대다수(?)의 기획자들은 디자인을 "눈길 가게 보이는 것" 즉 “미”적인 것에 국한 지어 생각하기 때문에 그 활용 범위를 상당히 좁게 보고 있었고 이에 디자이너들에게도 제한된 범위의 역할이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② 기획에서의 DETAIL은 디자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회계나 재무 등과 같은 영역에서는 해당되기 힘들지만 마케팅, 상품기획, 소비자 조사뿐만 아니라 내부 ERP 개선, 프로세스 개선 등 대상이 어느 누가 되었든 간에 "사용자"가 있는 영역이라면 어디든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결국 기획에 있어 DETAIL의 영역에 해당된다는 것을 느꼈다.



5.

나의 실험(?)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지난 몇 년여간 기획자 및 현장 근무자로 일하면서 처음 취직할 때 가졌던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고 특히 디자이너로 일할 때 가졌던 의문들도 풀리는 한편 시야가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획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디자이너는 어떻게 일하고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글은 많이 올라오는 반면 디자이너들에게 보통의 기업에 이뤄지는 의사결정 프로세스 그리고 기획자의 의도란 무엇인지, 또 어떠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데에 있어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가 연결되어 있는지, 마지막으로 해당 산업에 대한 특성과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글은 많지 않음을 느낀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친디자이너 성향에서 친기업 성향으로 마치 정치성향이 바뀐 것과 같은 기분이 들곤 하는데(ㅋㅋ) 결국 이는 상호 이해의 문제이지 사상이 바뀌었다고 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매번 프로젝트 진행 시에는 최대한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 편에 많이 스려고 했고 일반적인 기획자들 보다는 구체적인 방향을 알려줌으로써 최대한 그들이 추상적인 퀴즈를 풀어야 하는 어려움을 덜어주었으며 결론적으로 편하게 일이 진행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배려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믿고 싶다).



6.

이 브런치에서 쓰고자 하는 것은 결국 디자이너와 기획자 사이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각자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장이 되기는 바람에서 여전히 나 스스로 경험이 많이 부족하지만 사례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짤막하게 글을 쓰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결과물이 디자인 또는 디자인 가치가 반영되어 나온다면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한 기획자가 있을 것이고, 이를 현실화 및 구체화하는데에 도움을 준 디자이너 또는 본인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해당 역할을 한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정도의 사례도 담아보고자 한다. 결국엔 최종 사용자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든 "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있다면 디자인의 가치가 적용 되었다라고 볼 수 있기에 사례 분석으로 내 의견을 감히 펼쳐보고자 한다.



7.

"야, 넌 그럼 디자인 때려치운 거야?" / "선배, 그럼 선배는 디자인을 그만둔 건가요?"

오랜만에 만나는 과 선후배들 그리고 친구들은 항상 나를 보며 매번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나의 대답은 항상 한결같다.

"아니. 난 디자인을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디자이너로 일할 때보다 더 디자인을 하고 디자이너와 함께 합리적으로 조율하면서 내 새끼를 낳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다만 디자인을 하는 방법이 다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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