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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Jul 20. 2024

2024년 상반기의 정리

 7월도 벌써 끝나가지만... 상반기에 뭘 했는지 정리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 쓴다. 매년 연말에나 한 해 활동을 정리하곤 했는데, 대학원 2학기와 맞물린 올해 상반기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연구 프로젝트, 기획전, 대담, 영화제, 끝없는 발제, 기말페이퍼... 2달 뿐인 방학도 이런저런 일들을 헤쳐 나가며 소진하고 있다. 방학 중에 토익을 봐둬야지 했는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쓴 글이나 활동이 공개된 것을 월 별로 정리해보자면. 매달 녹음하는 팟캐스트 [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은 제외하였다. 


1월

 1월에는 공개된 글이나 활동은 없었다. 학교에서 진행하던 연구 프로젝트의 인터뷰를 다니느라 바빴고, 2월 진행 예정인 기획전의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2월

 2023년 7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반년 가량 준비한 기획전 [무명의 비평가들: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2월 24~25일 동안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하였다. 인디스페이스 측에서는 '독립영화'와 '영화문화'라는 키워드만을 전달해주었고, 나와 함께 김명우, 배새롬, 임유빈 기획자가 함께 꾸려나갔다. 11월 사전 대담을 진행한 뒤 그때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 한 섹션을 맡아 기획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대담은 웹진 해파리(https://haepari.net/35562240)를 통해 공개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기획에 대담자로 참여하는 형태로 토크 프로그램이 구성되었고, 나는  <파랑새>(홍기선, 이정하, 이효인, 1986)와 <하늘아래 방한칸>(이수정, 1990)을 상영한 김명우 연구자의 기획 "섹션 1. 그럼에도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다"에 대담자로 들어가, 1980년대 전개된 한국 민중영화운동을 지금의 관점에서 왜 들여다보아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https://indiespace.kr/6264). 내가 기획한 섹션은 "저기의 공동체와 여기의 커뮤니티"라는 제목으로 '영화 공동체'와 '온라인 커뮤니티' 양측의 활동 경험이 모두 녹아 있다고 생각한 <불청객>(이응일, 2010)을 상영하고 배새롬 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대담은 영화 '공동체'와 '커뮤니티'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시작해 <불청객>이 어떻게 2000년대의 온라인 하위문화를 담아내고 있는지, 지금의 커뮤니티는 어떠한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https://indiespace.kr/6266).


3월

 단편영화 특집으로 꾸려진 [독립영화 53호]에 "이중적 위치의 경험들"이라는 글로 참여했다. 2023년부터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기에, 연간지 [독립영화]의 기획에 참여한 것도 처음이었다. 53호에서 배급, 영화제, 정책, 교육, 역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단편영화를 다뤘고, 나는 미술을 비롯한 영화 바깥의 영역이지만 '영상'이라는 매체를 공유하는 영역들에서 생산된 작품들이 영화제 등지에서 '단편영화'로 소화되는 것에 관한 에세이를 제출했다. 여기엔 2022년 인디포럼에서 일할 때 마테리알과 공동기획한 기획전 [독립영화하다]와 2023년 말 최이다 감독과 공동기획한 [벽을 해킹하기] 기획전에서 상영된 작품들,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국제실험영화제, 서울국제대안영상페스티발 등에서 마주한 여러 영화들의 영향이 컸다. '영화'라는 이름 또한 그러하지만, '단편영화'라는 호명 속에는 조금 더 다양한 맥락과 위치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포함되며 그것들이 그 이름으로 포괄되는 경향에 관해 스스로도 한 차례 정리하고 싶었다. 글은 알라딘에서 [독립영화 53호]를 구입하거나(http://aladin.kr/p/oqoAo), Dbpia를 통해 읽을 수 있다(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1744538).

 3월 말에는 제2회 반짝다큐페스티발에 프로그램 노트와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 내가 맡은 작품은 <덮어놓고 파당보민>(김유리, 이지이, 2022), <새로운 지층>(박한나, 2023), <미동>(노수빈, 2023) 등 세편이었고, 그 중 앞의 두 영화는 제주도에서 촬영되었다. 세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엮이게 되었는지는 나는 알 수 없지만... 프로그램 노트와 영화제 당시 진행된 GV 기록은 반짝다큐페스티발 블로그(https://blog.naver.com/twinkledocu)에서 읽어볼 수 있다.


4월

 작년 초 게임제너레이션에 AAA게임에 관한 글을 쓴 이후 두 번째로 기고한 글. 겨울방학 동안 <용과 같이 8>(2024)를 즐겁게 플레이했는데, 마침 리뷰를 청탁받았다. 2023년 쏟아진 무수한 '갓겜'을 플레이한 뒤 <용과 같이> 프랜차이즈의 신작을 플레이하는 것은 확실히 기묘한 경험이다.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특유의 키치함으로 가득한 이 시리즈는 게임사에 한 획을 긋는 명작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당대 일본이 지니고 있는 욕망과 은폐된 문제들을 유저들 앞에 툭툭 (혹은 무더기로) 던져 놓는 것이 이 프랜차이즈가 지닌 기능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지점에서 전작들에 비해 거대한 볼륨의 서브콘텐츠를 제공하는 <용과 같이 8>은, 야쿠자의 몰락과 방사능 폐기물이라는 현실적 문제들을 서사에 녹여내면서도 <포켓몬스터>나 <동물의 숲>과 같은 게임을 노골적으로 패러디하며 방대한 유희공간을 제공한다. 유저는 그 문제들과 곧장 직면할 수도, 한없이 유희하며 현실의 문제가 매직서클 안으로 침범하는 것을 유보할 수도 있다. 그 선택의 여부를 유저에게 맡긴다는 지점에서 이 게임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


5월

 

 대안공간 '수건과 화환'에서 진행하는 세 번째 [텍스트 뷔페] 전시에 참여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앞선 두 번의 전시에서 선보였던 텍스트들에 더해 2023년 새롭게 공개한 글 두 개를 추가하였다. 웹진 인디언밥에 기고한 <영화의 사도들>(아자부-아자부, 2022)의 리뷰와 블로그에 썼던 "한국영화의 한국 없음"이라는 글이다. 앞선 전시와는 다르게, 이번 전시는 성북동에 위치한 운우미술관 공간에서 진행되었으며 2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앞선 전시들보다도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만큼 풍성한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한국영화' 5월호에 <미지수>(이돈구, 2023) 리뷰를 기고했다(http://magazine.kofic.or.kr/webzine/web/2357/pdsView.do). 이돈구 감독의 영화를 흥미롭게 본 적은 없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다섯 편의 장편영화를 개봉시킨 독립영화 감독이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흥미지점으로 다가왔다. 물론 감독론은 아니기에 그런 이야기를 쓰진 않았지만... 그을 마감하던 4월은 마침 세월호 10주기가 있던 때였고, <세월: 라이프 고즈 온>(장민경, 2023)이나 <바람의 세월>(문종택, 김환태, 2024)을 비롯한 영화들이 개봉되던 때였다. 자연스럽게 <미지수>의 이야기를 이별과 애도라는 키워드로 읽어내게 되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영화 후반부 특정 장면이 전달하는 강렬함은 어떤 면에서 지난 10년간 사회적 참사를 다뤄온 무수한 영화에서 봐왔던 어떤 순간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5월 24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진행된 대담에 참여했다. [1990s 시네마테크의 필름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기획전의 마지막 상영이자 행사였다. <화분>(하길종, 1972)를 상영하고 이하영 전 영화공관 1895 대표와 함연선 [마테리알] 편집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1990년대 활동한 시네필과 1990년대 출생한 시네필 사이의 대화를 만드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여러모로 얻어가는 것이 많았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작년 여름 참여했던 설문인 '한국영화 100선'이 5월의 마지막 날에 공개되었다(https://www.kmdb.or.kr/db/list/242). 관련한 이야기를 [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의 6월 녹음 때 나누었다. 곧 공개될 예정... 아래는 내가 꼽은 한국영화 10선과 코멘트.

<하녀> 김기영 1960

"한국 고전영화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모두가 납득할 유일한 답

<살인마> 이용민 1965

"무엇을 수입하고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에 관한 과격한 대답

<쇠사슬을 끊어라> 이만희 1971

동아시아의 교차점에 발생한 무국적으로의 질주

<최후의 증인> 이두용 1980

"역사의 무게"라는 뻔한 수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는 걸작

<경마장 가는 길> 장선우 1991

한국영화가 한국을 찍는 방법.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배용균 1995

모든 면에서 한국영화 최대 미스터리

<파산의 기술記述> 이강현 2006

21세기 한국영화의 숙제를 던져준 영화

<괴물> 봉준호 2006

충무로가 한국을 영화적 장소로 대했던 마지막 순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 2015

홍상수라는 특이점, 그 중심에 놓인 영화.

<공동정범> 김일란, 이혁상 2016

우리는 너무나 분열되어 있기에 손잡을 수 있다는, 모순 자체의 연대를 꿈꾸는 영화.


6월

 [씨네21] 크리틱 지면에 <고지라 마이너스 원>(야마자키 다카시, 2023)의 비평을 기고했다. [씨네21]로 등단한 것이 아님에도 여기에 글을 실었다는 것에 묘한 즐거움이 있었다. <고지라>(가렛 에드워즈, 2014) 이후 10년 동안 무수한 '고지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TVA가 쏟아져 나왔고, 그 속에서 1954년의 초대 <고지라>(혼다 이시로)로 회귀한 듯한 <고지라 마이너스 원>의 위치는 어디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영화제는 7월에 진행되었지만, 프로그램은 6월에 공개되었으니 여기 공유한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프로그램 노트로 참여하였다. 한편이지만... 박세영과 연예지가 공동연출한 <기지국>(2024)의 프로그램 노트를 썼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공개된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한 영화로, 본래 장편으로 기획되었던 영화이지만 지원사업의 마감기한 등으로 인해 단편버전으로 먼저 공개했었다고 한다. 박세영 감독의 작업들을 꾸준히 지켜봐온 입장에서,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기지국>은 '한국 독립영화'라는 이름이 지닌 전형성을 여전히 깨부수는 힘을 가지고 있다. 


7월에도 이런저런 마감을 했고, 이런저런 회의를 했고, 이런저런 마감을 또 해야한다. 논문 세미나가 시작되는 3학기가 개강할 9월부터는 더욱 바빠지겠지만, 하반기도 잘 보내보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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