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바나나 브레드-3
오늘은 바나나 브레드를 굽기로 했다.
맛있는 바나나 브레드를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기다림.
바나나가 달큰한 향을 풍기며, 검은 점이 생길 때쯤이면 맛있는 바나나 브레드를 구울 수 있다.
실온 상태의 버터와 설탕, 소금을 부드럽게 휘핑한다.
잘 풀어진 달걀을 조금씩 넣어주며 버터와 분리되지 않게 하는 것이
부드럽고 맛있는 브레드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리고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시나몬 가루를 넣어 잘 섞어준 뒤 꿀과 다진 바나나를 넣는다.
미국 빈티지 가게에서 1불에 사 온 파운드 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이것이 빈티지 가게의 매력이다. 1불이라니.
큼직하고 높이가 높아서 파운드나 케이크류를 구울 때 먹음직스러운 느낌을 담아줄 것 같다.
반죽을 부어주고 호두와 바나나를 얹었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바나나 브레드.
늦은 오후 엄마와의 간식 시간을 가졌다.
이런 류의 브레드는 하루 두었다가 먹으면 더 향긋하고 촉촉하지만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다. 뜨끈할 때 얼른 한 조각씩 썰어 맛을 보았다.
짭짤한 가염버터 한 조각을 얹어 녹진하게 녹여 먹는 바나나 브레드의 맛,
생크림이 있다면 생크림을 곁들여도 좋겠지만
마침 냉장고에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그릭 요거트가 있어 얹어보았다.
우리 집에서는 바나나를 과일로 먹으려고 하면 은근히 손이 잘 안 가는 과일이기도 하다.
그럼 시커먼 점들이 생기는데, 사실 이때부터는 바나나가 베이킹에서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다.
바나나 특유의 풋내가 사라지고, 달큰한 향이 가득해지면서
케이크나 빵으로 재탄생하기에 아주 좋은 때가 된다.
꼭 바나나로 베이킹을 하려고 바나나를 사면, 슬프게도 바나나는 샛노란 색을 띠고 있을 뿐이다
잘 익어 맛있어지는 그 시간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맛있는 바나나 브레드를 위해서라면
잘 익은 바나나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치명적인 달콤한 향을 풍기며 오븐에서 구워질 동안의 시간을 인내해야 하며,
하루를 더 두었다가 촉촉한 향이 더해질 때 먹을 수 있는 절제력도 길러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기다림의 시간이 가득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바나나 브레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