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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Apr 26. 2023

산책과 계절

계절을 만나고 당신을 만나는 일, 그래서 내가 산책을 좋아해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행복해지는 일이다. 

가끔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에 집중해 본다. 그러면 정말 삶이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렇게 충만해진다.  

    

봄이면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싱그러운 푸른색이 가득하다. 가을이면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겨울이면 떨어진 나뭇잎의 허전함을 크리스마스의 느낌으로 따뜻하게 채운다. 

봄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여름이 오고 있었고, 가을이 오는 길에는 겨울도 금세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어릴 적 배움과는 다르게 이제는 다소 경계가 모호해지기는 했지만, 약간의 변화를 눈여겨보다 보면 일 년이라는 시간은 금세 채워지고 지나간다.      


계절의 냄새를 맡고 싶을 때 산책을 한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든 계절을 사랑하게 된다. 

모든 계절 중에서도, 고개를 들면 흐드러지는 벚꽃이 나의 하늘이 될 때 즈음,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름다움을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계절이다. 

그렇게 봄을 만끽한다.      


봄은 어떤 계절보다 짧지만, 우리는 기꺼이 봄을 사랑하기로 한다. 

사랑을 약속했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랑이 더해져 가고, 사랑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랑을 시작한다. 봄이면 꽃은 피어나고, 마음도 피어나기 좋은 계절이다. 어쩌면 꽃을 피울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쌓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봄이 시작된다는 말의 또 다른 말은 사랑이 시작된다는 말이 아닐까.     


사랑이 시작되었던 계절이 있듯, 사랑과 이별하는 계절도 있다. 모든 것이 봄에 시작되고 겨울에 이별하는 법은 없다. 그저 계절의 흐름은 계속되고, 우리의 삶도 계속된다. 그 속에서 사랑하고 이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계절은 늘 곁에 있고, 삶은 계절에 속해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늘 그 사랑이 영원할 것처럼 사랑한다. 영원한 것은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은 늘 그 모든 것을 잊게 한다. 

가득 메우던 벚꽃 나무들 앞에서도 이 봄이 영원할 것처럼 사랑한다. 하지만 한철 머물다 갈 봄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영원한 것은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기억한다. 

그럼에도 또다시 찾아올 봄을 알기에, 영원하지 않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 봄도, 사랑도 그랬다.     

사랑이 더해졌던 그때의 우리는 이제는 없지만, 계절은 잊지 않고 돌아온다. 

그때의 당신은 봄처럼 돌아올 수는 없지만, 계절은 잊지 않고 돌아온다.

계절이 그립고, 영원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을 때 그리고 당신이 보고 싶을 때면 산책을 한다. 

사랑이 더해졌던 곳에서 사랑과 이별하고, 사랑이 깊어지는 곳에서 그리움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계절의 냄새는 언제나 산책길에서 느낄 수 있다. 이 봄이 지나기 전에, 계절과 삶이 흐르는 산책을 부지런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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