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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May 04. 2023

식탁일지

홈베이킹의 좋은 점은 냉장고 털이, 바나나 통밀 케이크와 스콘-4

봄바람이 불어오니 어디론가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저녁 즈음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음악을 듣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늦게 잠에 들었는데도 아침을 깨우는 나의 생체 리듬.

결국에는 일곱 시에 눈을 떠서 빵을 굽는다.

유통기한 지난 생크림과 썩어가는 바나나가 오늘의 재료가 되었다.

생크림 스콘과 바나나 통밀 케이크를 굽기로 했다.

설탕과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오늘의 바나나 통밀 케이크. 

잘 익은 바나나를 으깨고 올리브유와 꿀을 넣었다.

달걀과 통밀가루,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반죽을 완성해 팬에 부어줬다.

더 이상은 둘 수 없어 애매하게 남은 바나나를 토핑으로도 얹어주기로 한다.

바나나와 초코칩, 호두를 넣어 구워냈다. 오늘도 달큰한 향기가 부엌을 채운다.

한 조각을 썰려고 칼이 닿는 순간 부드럽게 썰리는 느낌은 중독적이다.

잘 구워졌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주는 것도 이 순간이다.

따뜻한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를 먹는 아침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버터와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 생크림 스콘은 간단하다. 버터가 들어간 스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주로 생크림 스콘을 위한 생크림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생크림의 남은 수명을 보며 결정되는 메뉴다.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설탕과 소금, 생크림만 있으면 된다.

슬슬 섞어 한 덩어리를 만든 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그리고 오븐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끝이다.


잘 구워진 스콘을 반으로 쩍 갈라 잼이나 버터를 발라 먹는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깨끗한 스콘을 가장 좋아한다. 

크림 향이 가득한 스콘을 베어문다.

바나나 통밀 케이크와 생크림 스콘으로 채운 오늘의 식탁.

잘 차려진 식탁을 바라보면 식탁에서 일어났던 지난 기억들이 생각난다.

식탁은 그런 힘이 있다.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주고받게 하는 힘.

오늘도 식탁에서 나는 또 깊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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