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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jonler Oct 11. 2019

<유시민의 알릴레오>가 밝힌 검언 유착의 실체적 진실

KBS 법조팀의 태도로 보는 언론개혁의 당위성


10월 8일 방송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후폭풍이 거세다. 해당 방송에서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사 김경록 PB의 음성변조 없는 인터뷰 녹취가 공개되었고, 검찰과 KBS의 유착관계가 실체적 진실로 드러났다. 검찰과 언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긴밀한 유착관계였다는 구체적 정황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지난 두 달간 이어진 검찰과 조국의 대결 국면에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판이 뒤집힌 것이다. 알릴레오 방송 이후 벌어진 유시민 이사장과 KBS간의 공방을 모두가 지켜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릴레오와 KBS 간의 공방은 이 글 하단에 따로 정리해 두었다.)  

검찰은 알릴레오 방송에 대해 “수사에 영향을 주는 오보”라며 감정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지금껏 대통령도 무시하고 자유롭게 온 나라를 들쑤시며 수사해온 검찰이, 일개 유튜브 방송 때문에 수사에 영향을 받는다는 입장표명은 다소 억지스럽다. 이는 검찰이 애초 명백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한 수사의 방향성을 들켜 곤혹스럽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방송 직후 국민들의 분노는 공영방송인 KBS로 향했고, 현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KBS 수신료 전기요금 분리징수> 청원이 올라와 많은 국민들이 동의 서명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는 현재 내부 회의를 거쳐 특별 조사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했는데, KBS는 사과 없이 궁여지책만 내놓았다. 수많은 언론은 또다시 검찰의 편에 서서 “짜깁기 편집”이라는 프레임으로 유시민 흠집 내기에 동참했다. 악의적 기사에 두 달 동안 단련되어서인지 여기까지는 욕한 번 해주고 끝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분노로 바뀐 지점은, KBS 사내 기자들이 사측의 특별조사팀 구성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KBS 법조팀 사회부장은 보직사퇴를 선언했고, 사내 기자들은 이 사건의 본질은 “유력 여권 인사의 대중 선동”이라며 이는 “KBS가 굴복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KBS 기자들의 반발은 공감하기 매우 어렵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펜대를 휘둘렀다. 검찰발 소스에만 의지해 사실이 아닌 기사를 쓴 것은 물론, 인터뷰이의 의도와 정반대 방향으로 선택적 취사 보도했다.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 기사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고 이것은 기자로서 명백한 잘못이다. 국민들이 기자들을 향해 잘못된 방향성을 가진 보도 행위 자체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반성과 사과는커녕 국민들의 분노에 억울해하며 “유력 여권 인사의 대중 선동”이라는 프레임으로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현재 기자들을 향한 질타에 대해 오히려 “유력 정치인에게 굴복”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기자 사회의 신념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일부 기자들은 이것이 언론탄압이라고도 말한다. 그 기자에게 되묻고 싶다. 정말로 언론탄압이라면 지난 두 달간 매우 자유롭게 (소설처럼) 쓴 기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제로 언론탄압이 있던 지난 두 정권에서 언론에 자유를 달라고 찍소리 한번 못했으면서) 현재 파시즘까지 운운하며 자행되는 KBS 기자들의 반발 행동은, 살인을 해놓고 감옥에 들어가라니 억울하다는 격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진실을 보도했다면 아니, 정확히 취재해서 드러난 사실 만이라도 제대로 보도했다면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지금처럼 높았을까? 기성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본질을 정말 모르는 걸까?

국민들을 서초동 거리로 불러들인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언론이라는 것을 기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국정농단 탄핵 사태 때는 후원금만 내고 촛불집회에 직접 나가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는 2주 연속으로 나갔다. 실제로 나처럼 서초동 집회가 자신의 첫 촛불집회라고 밝힌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왜일까?

내 경우, 국정농단 사태 때는 JTBC로 대변되던 주체적인 언론의 진실성에 일종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초동 검찰 개혁 촛불집회는 헌법을 유린하거나 중대한 범죄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안 자체의 중요성은 국정농단 사태보다 덜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가 오히려 진실과 다른 방향을 가리킬 수 있다는 것의 심각한 위험성을 직시하였기에 국정농단 사태 때보다 보다 더 많은 인파가 자발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외치는 것이다.


10월 5일 서초동 촛불문화제




기자들은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신념에 중요한 전제가 빠졌다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전달하는 것.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무거운 책임이며 직업윤리다. 그러나 지금 기자들의 태도에서는 이런 책임감보다 오만함이 더 묻어난다. 권력을 견제한다는 특권의식에 취해 마치 권력 위의 권력인양 마음대로 펜대를 휘두르는 것이다. 보도가 명백히 오보였다는 것이 밝혀져도 정정보도하지 않는 뻔뻔함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다.


언론의 편향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히 지난 두 달 동안의 조국 국면에서는 기자가 의혹 제기를 하고 국민들이 팩트체크를 하는 형국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기성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주 선명하게 목도했다.

지금은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TV와 신문만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다. 신선한 접근 방식으로 양질의 시사정보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되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으로 실시간 공유되며 팩트체크가 이루어지는 시대다.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어떤 컨텐츠가 더 타당한지 판단한다. 더 이상 지상파 언론이나 조중동이 선동하는 대로 의심 없이 믿어버리는 우매한 국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들은 “고시”라고 까지 불릴 정도로 어려운 언론사 시험을 통과한 이 사회의 지성인들이다. 충분히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틀어진 특권의식과 신념에 젖어 본질을 흐리는 변명은 그만하고, 왜 국민들이 기자들을 향해 기레기라고 하는지 그 원인에 대해 스스로 통찰해봤으면 좋겠다. 지성인답게. 그 과정이 없다면 우리나라 언론의 미래는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10. 5 서초동 촛불문화제










<10월 8일 - 10월 10일 유시민과 KBS의 공방 내용 요약>  



*10월 8일 6시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

김경록은 언론사와는 KBS와 유일하게 인터뷰를 했는데 방송에는 나가지도 않았고 인터뷰 직후 검찰에 출석해서 우연히 검사의 컴퓨터 대화창을 보게 되었는데 자신이 방금 KBS와 인터뷰한 내용에 대한 내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었다. 거기다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쫒아갔대, 털어봐”와 같이 사실이 아닌 내용도 들어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검찰 조사에서만 진술한 내용의 키워드 대해 기자들이 전화를 해서 확인하려 했다. 조사 중인 사건이기에 말을 할 수 없어서 전화를 안 받으면 와전되고 부풀려져 기사가 생산되었다. (김경록 씨는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지만 하태경 의원의 발언에 화가 나서 유시민 이사장님께 직접 연락을 했다고 한다. 자신을 국정농단 사태의 내부고발자인 고영태에 비유하며 보호해야 한다는 하태경의 주장은 최근의 조국 국면이 국정농단 사건도 아닌데 감이 없어도 너무 없는 발언이라면서 자신은 내부 고발자가 아니며 사실만을 말하면 검찰도 그 안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진실을 알아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사들은 이미 소설의 기승전결처럼 이미 구성을 짜 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원했다.) 이날 방송에서 검찰과 KBS 법조팀의 긴밀한 유착관계가 명확한 근거로써 드러났다.  



*10월 8일 9시 KBS 뉴스

알릴레오 방송 직후 KBS가 내놓은 해명보도에 따르면 김경록 씨와의 인터뷰 내용은 9월 11일에 두 꼭지 방송되었고, 인터뷰 내용에 대해 크로스 체크 차원으로 검찰에 문의한 것이며 인터뷰 내용 전체를 검찰에 넘긴 적은 없다며 법적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10월 9일 7시 뉴스공장

다음 날 오전 뉴스공장에 출연한 유시민 이사장은 KBS 해명보도에 대해 두 가지로 반박했다. 첫째,  KBS의 9월 11일 보도는 선택적 취사로 진실 왜곡보도였다. ‘조범동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고 정경심은 피해자다’라는 김경록 PB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검찰의 입장을 대변할 만한 보도였던 것이다. KBS는 서둘러 해명하기 전에 먼저 김경록 PB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고 보도의 방향성이 타당했는지 판단해라. 둘째, 크로스 체크를 굳이 왜 검찰에다 하는가, 검찰과 김경록 PB가 이해 당사자인 가운데 현재 검찰만이 절대적 진실의 수호자라고 말할 수 있는가? 또한, 알릴레오에서는 KBS가 검찰에 김경록 PB 인터뷰 내용 전체를 넘겼다고 말한 적 없을뿐더러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검찰에 취재원의 인터뷰 내용을 넘겨준 것 자체가 문제이며 이는 취재원 보호 윤리를 어긴 것이다.



*10월 10일

검찰은 알릴레오가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의 오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머니투데이 10월 10일 자 기사) 언론은 계속해서 검찰의 시각에서 “짜깁기 편집”이라는 프레임으로 유시민 흠집 내기에 나섰다.

이날, 유시민 이사장은 KBS를 비롯한 언론이 유시민과 김경록 PB의 인터뷰 녹취록 전문을 확보했음에도 인터뷰이의 의도와 정반대 방향으로 선택적 취사 보도하는 기자들을 향해 승부수를 던졌다.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에 ‘판단은 국민들에게 맡긴다’며 인터뷰 전문 녹취록을 공개한 것이다. KBS도 마땅히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 가운데 KBS는 내부 회의를 통해 외부 인사를 포함하여 특별조사팀을 꾸린다고 발표했다. 사측의 이 같은 결정에 KBS 법조팀 사회부장은 보직사퇴를 선언했고 사내 기자들은 이 사건의 본질은 유력 여권 인사의 대중 선동이라며 KBS가 굴복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KBS 측의 김경록 인터뷰 전문 또한 공개되었다.



덧,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KBS에서 공개된 김경록 씨 인터뷰 전문을 둘 다 읽어 보았다. 두 녹취록의 내용이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 놀라웠고, KBS 보도의 방향성은 맥락을 소거한 선택적 취사 보도가 확실해 보인다. 유시민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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