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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임재광 Nov 08. 2021

이방인의 노래

행복을 부도내자

행복을 부도내자. 

훈련을 마치고 땀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지친 몸으로 내무반에 돌아오면 잠시 기절하듯이 바닥에 쓰러진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관물함(옷장)을 연다. 어둡고 답답한 옷장 안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웃음으로 나를 기다리며 반겨주는 여인이 있었다. 피곤했던 하루는 그 여인의 아름다운 미소에 놀라서 어느새 멀찌감치 도망을 쳤다. 그녀는 화장실도 가지 않을 것 같은 신화 속의 선녀였으며 청춘 시절을 위로받으며 행복하게 해 주던 나의 여신이었다.

그녀가 아프다.

나의 애인이었며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연인이었던 그녀가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프고 비참하게 아프단다. 그녀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타국 땅의 낯선 독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가 되어 시름 시름 죽어가고 있단다. 나의 학창부터 청춘 시절까지 대한민국 청춘의 연인으로 가슴에 상사병을 안겨 주었던 그녀. 국민 배우 “윤정희(76)”님이다.   


문득 추억들이 그리워져 모아둔 사진 파일을 열어보았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던 날 친구와 찍은 사진,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고쳐 입고 폼 재며 찍은 사진, 세상에서 젤 이쁜 아내와 결혼사진, 애인 같던 딸을 부둥켜안고 행복해 하던 사진…

고스란히 사진에 남아있는 추억의 색깔도 누렇게 변했지만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그 시절이 엊그제 같다.

아프지 않고 아쉽지 않은 인생이 없듯이 서럽고 슬프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 부자나 빈자 명예나 권력을 가진 자 그 누구도 이별을 피하지 못하고 떠난다.

다만 바라고 원하건대 열흘만 아프다가 다음 날 잠자듯이 떠나고 싶다.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까...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소중하게 아끼며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닥치는 대로 행복을 낭비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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