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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Mar 19. 2020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장 vs 정치 vs 공공정책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급속한 정보 확산과 함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큰 축으로 분석하여 최근의 인터넷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정책의 역할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터넷이 야기한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시장과 정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하며 실패의 수순을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시장실패, 정치실패로 명명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치밀한 공공정책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시장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있어서 정보 비대칭, 협상력의 차이로 인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여러 방법들을 알지 못한다. 2012년 논란이 되었던 쿠키 게이트(Cookie gate) 사건에서 구글은 인터넷 접속 정보를 기억하는 파일인 쿠키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들은 자신의 광고를 클릭할 경우 사용자가 프로그램 보안장치의 일시적 해제를 요청한 것처럼 꾸며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처럼 불순한 의도를 가진 기업의 우회적인 기술을 사용자가 곧바로 인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보 수집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수년 간 수만 명의 개인정보가 이미 구글에 유출된 상황이다.


기업과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협상력의 차이 또한 프라이버시 보호의 실패를 유발한다. 기밀 유출 방지 등을 명분으로 국내 기업들은 사내 직원의 이메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2002년 3월경 S사는 최근 회사의 주요 현안사항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직원 3명을 해고한 바 있으며, 해고된 직원들은 불법적으로 개인의 이메일을 검열했다는 이유로 이메일 내용을 취득한 관련자들을 고발하여 관련자들이 구속된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며 많은 회사들이 사내의 중요 정보나 영업비밀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사내보안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와 근로자간 계약에 이러한 감시 조항이 들어가기도 하는 등, 협상력의 차이에서 오는 불공정한 계약 체결로 근로자의 무한한 위험감수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정보비대칭, 협상력의 차이는 시장실패를 야기해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인터넷 문제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둘째로, 정치 과정 역시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일어나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치인들이 법률의 진정한 효과를 모호하게 하거나 오도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의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는 시민들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법을 반대하지 못하게 한다. 정부는 프라이버시와 무관한 법률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조항을 숨겨놓음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을 야기할 수 있다. 이익집단과 관료 및 국회의원 간의 결탁에 의해 정치 과정에서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야기하는 법률이 통과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자면, HIPPA 법안은 미국 의료 정보 관리 협회, 미국 병원 협회, 미국 의료 협회, 전자 의료 거래 협회, 전자 데이터 시스템 등 거대 민간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던 법안이었다. 오하이오 대표자였던 데이비드 홉슨은 건강 데이터 처리 회사와 협회의 요청에 따라 HIPPA 법안 조율 마지막 순간에 고유건강식별자(unique personal identifier) 조항을 포함시켰다. 고유건강식별자는 지문, 음성, 망막, 홍채, DNA 등을 포함하며 이에 번호를 할당하여 관리하는 개인정보이다. 고유건강신별자에 찬성했던 대가로 홉슨은 재선 운동을 할 당시 거대 민간 이익 집단으로부터 2만 8천 달러를 받았다.


이는 정치 메커니즘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법률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시장실패, 정치실패의 귀결로 인해 시장, 정치 메커니즘을 통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공공정책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에서는 개인정보보호기구를 두어 시장과 정치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개인정보보호기구인 국가정보처리자유위원회는 부당한 정보처리의 위협으로부터 개인의 사생활과 개인적・공적 자유를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다. 위원회는 정보 처리가 개인정보 보호 법규에 적합하게 실시되고 있는지를 감독하고, 정보 처리에 관한 기준과 규범을 제시하는 규칙을 제정, 또한 정보 주체의 접근권 및 정정 요구권 보장, 법원에 앞서 전문적이고 포괄적인 피해 구제의 역할 담당, 상담・자문・검토・제안 등을 통한 정보제공, 개인정보 관련 기술 연구 및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개인정보보호기구는 시장실패와 정치실패의 양상이었던 정보비대칭, 협상력의 차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이다. 개인을 불리하게 만들었던 각종 프라이버시 침해 기술력, 이익집단의 로비 등을 철저하게 조사・연구하여 공표할 수 있다. 또한 위원회는 강력한 권한, 독립성을 바탕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의 조항과 약관을 개정하도록 설득하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2011년 9월 대통령 소속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위원회의 독립성, 전문성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단순 심의·의결권만 갖고 법률상 집행과 감독권은 행안부에 있다. 독립성이 약하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고도화된 지식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줄어든다. 앞으로 해외의 개인정보보호기구 사례를 참고하여 글로벌 수준에 맞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뿐 아니라 저작권 침해, 불법촬영물 유포 등 대규모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과 정치의 메커니즘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통해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여타 문제에서도 정보비대칭과 협상력 부족 등의 문제를 발생시켜 피해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지 못한 개인과 고소장을 접수하겠다고 위협하는 로펌의 일화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불법촬영물이 유포됐는지 조차 모르는 개인과, 개인의 능력으로는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협상력조차 가질 수 없는 개인 등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이럴 때일수록 이해관계에서 독립되고 전문성과 협상력을 가진 전문위원회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다. 치밀한 정책 연구를 통해 조직과 법령, 의결 및 집행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 전문위원회만이 이러한 인터넷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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