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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Feb 03. 2022

영화 '뷰티풀 데이즈',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를 본 후기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는 아쉽게 영화관 관람 시기를 놓쳐 언젠간 꼭 봐야지하고 마음 속에 묻어둔 작품이었다. 이나영이 긴 공백기 끝에 선택한 영화였다는 점과 아련함이 넘치는 포스터가 내 흥미를 끌었었다. 하지만 상영관이 많지 않았고 점점 그 수가 줄더니 어느샌가 조용히 사라져버렸다. 실제로 흥행 면에서 참패한 영화였다고. 그래서 왓챠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내심 반가웠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을 무척이나 재밌게 보았고 영화 '후아유(2002)'를 통해 이나영의 연기에 흥미를 가지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다음(Daum)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

배우 '이나영'은 뭐랄까, 무표정이 참 잘어울리는 배우다. 수많은 고민 속에서 파묻혀 한껏 지쳐버린 사람 같다. 마치 나처럼, 그리고 어쩌면 우리들처럼.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는 이런 이나영만의 분위기를 잘 살린 영화였다. 사실 이 영화가 보고싶다곤 종종 생각하긴 했지만 스포일러를 극도로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줄거리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다. 예고편을 통해 아들을 버린 엄마와 그 아들이 만나는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탈북 여성, 인신매매, 강간 등 전혀 예상치 않았던 소재들이 등장해 조금 놀랐다.


이 영화를 볼 때쯤 나는 마침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박지현, 채세린 저)'를 읽고 있었는데 두 작품이 연결되어 지금까지 내가 알던 탈북민에 대해 세상을 한층 확장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척 묘했다. 탈북민은 압도적으로 여성의 수가 많다고 한다. 북한에서 여성에게 주어진 활동의 제약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으로의 탈출 과정에서 여성 인신매매가 더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탈북 여성의 북한 탈출 과정과 그 이후 중국에서의 삶, 그리고 제3국을 선택하기까지의 여정. 두 작품은 닮아있었지만 그 결말은 극명하게 달랐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에서의 이나영은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버텨나가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출처: 다음(Daum)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

이 영화는 나에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이나영이 인신매매를 통해 가족을 이루었던 조선족 전남편(오광록 粉)은 이나영에게 지금 함께 사는 남편의 근황을 묻는다. 이나영은 날카롭게 반응하지만, '너가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오광록의 대사를 통해 진정한 가족은 서로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언제나 상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편히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애틋하게 묘사되진 않지만, 이나영의 고된 과거의 삶까지 수용하고 사랑하는 현남편 역시 그 마음의 깊이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이 사람은 심지어 첸첸(장동윤 紛)에게 퍽치기도 당했다)


'소유'란 개념은 참 양면적이다. 서로 연결되고 지켜주는 따뜻한 느낌을 갖기도 하지만 자유를 구속하고 폭력을 행하는 차가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사이 수많은 '소유'의 스펙트럼 속에서 어떤 '소유'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가 우리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다음(Daum) 영화 '뷰티풀 데이즈(2018)'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장동윤은 대견하게 취업도 하고,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서 엄마의 가족을 방문한다. 이때 장동윤이 먹방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하정우 저리 가라였음), 장동윤이 이나영을 만나러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땐 이나영이 차려준 된장찌개를 손도 안대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때의 첸첸은 엄마한테 '술집 여자', '더러운 년'이라 말하며 온갖 미운 말을 쏘아붙이려 노력했다. 당시 엄마의 실망스러운 모습, 과거 자신을 버린 미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어린 장동윤은 엄마가 자신의 가족이길 완강하게 거부하했었다(물론 마음 깊히 끌리고 있었겠지만). 그러니 마지막 장면에서 맛있게 찌개와 밥을 떠먹는 현재 장동윤의 모습은 이제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는 뜻, 그리고 그들이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같이 살지 않아도,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더라도, 자주 안부를 묻지 않아도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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