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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Apr 13. 2022

드라마 '서른, 아홉', 배우들 연기가 다했네 다했어

드라마 '서른, 아홉(2022)'을 본 후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후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배우 손예진을 참 좋아한다. 사실 열혈 팬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나는 무엇인가를 오래도록 열렬히 좋아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져본 대부분의 깊은 호감은 금방 데면데면해지는 휘발성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배우 손예진은 다작 행보로 언제나 다양한 역할을 통해 내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고,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 또한 그녀의 다음 작품을 궁금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배우 손예진의 열혈 팬은 아니지만, 그녀를 멀리서나마 계속 지켜보고 싶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다.


출처: JTBC '서른, 아홉' 공식 홈페이지


그래서 그녀가 워맨스(Womance) 작품을 선택했을 때 내심 기뻤다. 이런 주제의식을 가진 드라마를 마침 보고 싶은 참이었다. 심지어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배우 전미도가 작품에 합류한다니, 상당한 배우 파워를 가진 이 작품에 기대가 정말 컸다. 그렇게 1화를 보았고, 살짝 유치뽕짝한 내용 전개에 1화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드라마 초반에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조금 무리수를 두고, 오버스러운 내용이 나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 수록 인물의 감정과 상황이 너무 과잉되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입양아의 파양 경험, 그리고 접대부가 되어 방황하는 설정, 서비스직에 대한 손님들의 갑질, 절친의 시한부 선고, 불륜 아닌 불륜과 친자 검사, 세친구들 각각의 로맨스... 수많은 커다란 설정들이 뒤엉켜서 드라마를 편안한 마음으로 보기가 어려웠다. 계속해서 인물들을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는 큰 사건들이 터졌고, 현실에서 보기 힘든 뼛속까지 못된 인물들이 인물들을 괴롭혔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모두 짠 듯이 커플이 되었다. 이건 내 편견일 수 있지만, '서른, 아홉'살에 맞는 좀 더 성숙한 로맨스를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기대가 무척 컸기에 실망도 컸다.


출처: JTBC '서른, 아홉' 공식 홈페이지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에 나는 대놓고 작가의 탓을 하고 싶다. 오롯이 배우들의 역략으로 탄생시킨 명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미조(손예진 粉)가 찬영(전미도 粉)의 시한부 소식을 듣고 진석(이무생 粉)에게 찾아가 "너 때문"이라며 오열한 씬은 실시간으로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한 장면이었다. 찬영의 시한부 소식에 "네가 왜...?"라며 오열하는 진석의 장면 또한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에서 진석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동시에, 나도 모르게 슬픈 마음이 들어 펑펑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한 이무생 배우에게 박수를(ㅜㅜ)


출처: JTBC '서른, 아홉'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병원에 입원한 찬영이가 장례식장을 방문하며 자신의 죽음을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결심하는 장면도 무척 좋았다. 찬영이가 유서에 남긴 "   먹고 싶은 사람들" 목록도 이날 이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모두 초대한 것을 알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찬영이의 표정 또한 깊이 기억된다. 이제 다시 보진 못하기 때문에 함께한 추억들이 떠오르고 그래서  애잔한 표정을 지었달까! (다들 미쳤나봐 너무 잘해)


그런 배우들의 열혈 연기를 보며 드라마 속 수많은 무리수들로 화가 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배우들이 다한 드라마'로 감히 정의 내리고 싶다.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대학원생 종특) 시도는 좋았으나 작가의 역량에 한계가 보였던 아쉬운 드라마였다. 계속해서 작가를 비판하고 있지만, 이게 그 작가분의 마지막 드라마가 아닐테니 다음 작품에선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고 싶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볼 수 있게 해준 작품에 감사하는 마음도 들기에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싶달까. 인간은 실수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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