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센터 가족 상담 프로그램에서 개인상담을 받은 지 3주가 되었다. 원래는 내가 받으려던 게 아니었고, 아이를 위해 신청했었다. 또래와 어울리는 데 어려움이 있어 놀이치료를 받아온 지 수년째인데, 바우처 지원이 끝나갈 즈음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종결했었다. 의사는 특이한 것에 꽂히는 점은 있으나 또래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면서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의사 표현과 본인의 감정 상태를 잘 알아가면서 지금처럼 키우면 된다고 했다. 기쁘기도 후련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좋은 피드백을 들어도 습관처럼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중 구에서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는데, 아이 대기는 기니까 대신 엄마가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아이보다는 부모의 양육태도에서 오는 문제들로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상담이라는 게 남에게는 추천해도, 정작 내가 받으려니 남 시선이 영 불편했다. 아이 때문에 간 병원에서 받았던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주 양육자인 내게 우울한 성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 말이다.
글쎄.. 뭘 얘기해야 하는 걸까. 상담은 6회기로 정해져 있었고 그 안에 뭔가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상담사는 상담을 신청하게 된 계기, 현재 마음 상태 등을 쭉 듣고는 아이보다는 지금 본인에 대해 상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리고 ‘감정 호텔’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감정은 손님 같은 거라서 어떤 감정이 찾아오든 내내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떠난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하셨다. 그날로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을 해서 책을 빌렸다. 아이가 보기에도 딱 좋은 그림책이었다. 호텔 지배인인 주인공은 어떤 감정들이 찾아오든 따뜻하게 맞아주고,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들어준다. 슬픔, 분노와 평화,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불안, 기분이 좋아지는 감사, 상처를 부드럽게 만져주는 자신감, 즐겁게 해 내도록 도와주는 자긍심 등 각 감정마다 개성이 있는 걸 알고 그에 맞게 잘 대처해 준다.
어떤 감정은 크고, 어떤 감정은 작다고 한다. 내게는 지금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마음, 불안함, 두려움이 커서 우울한 마음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간 경주마처럼 아이의 발달 향상만을 목표로 달려왔었는데,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하니 맥이 탁 풀려버렸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하다. 아이가 본인의 감정 상태를 뭉뚱그려 아는 것은 그의 발달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엄마인 내가 감정을 제대로 알아채 주지 못한 이유가 큰 탓일지도 모르겠다. 내게 찾아오는 감정은 내 것이지만, 그 감정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호텔 지배인이 되어야겠다. 각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 특징을 알고 존중하고 맞이하되, 힘든 감정이라고 해서 내쫓거나 재촉하지 않는 것. 썩 마음에 들진 않더라도 오고 싶을 때 오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손님을 맞이하듯 감정을 대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어도 좋고, 감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보석 같은 그림책, 감정 호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