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오래된 시간의 문을 열고
꽃이 피고 지던 길을 걷고 있네
나뭇가지 사이로
해맑은 아이의 미소처럼
쏟아지던 햇살무리 지나서
모퉁이를 돌면
나붓나붓 날개 짓 하는 청춘이
허공에서 춤을 추는 한나절
봄처럼 여름처럼
지천을 밝힌 빛나는 계절을 밟고
한세월 물 흐르듯 지나왔음이야
황혼의 문턱에 걸터앉아
저무는 시간의 꼬리를 보며
더러 구겨진 발자국을
온 마음으로 지워 보는
회한의 산책길에서
그 마지막 문을
지금 조용히 닫고 있어.
2023. 3. 14. 화
-박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