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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PC를 말하는 방법

영화 <Late Night> 을 보고 

<Late Night> 200529 Frit. via Netflix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PC버전이랄까
페미니즘이라는 자장 안에, 다 담길 수 없는 다양성을 영리하게 담아냈다.

백인 + 고학력 + 중년여성  vs 인도계 + 예쁘지 않은 + 교육받지 않은 + 젊은여성


트레일러, 포스터만 봐도 '여성들의 서사'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 안에 연령의 이야기, 고상한 엘리트의 문화와 참여와 소통의 대중정치, 인종의 야이가(AA를 비꼬았을때는 통쾌!)까지
보석비빔밥처럼 나름 잘 버무려 두었다.


처음 엠마톰슨이 연기한 '케이트'는 소위 말하는 여적어(여자의 적은 여자)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 캐릭터다


주인공은 사회적으로는 진보에 가까운 정치 성향을 가지지만 엘리트라서 대중을 무시한다. 유튜브 스타를 무시하고 쓸데없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생각 없는 요즘 애' 취급을 한다. 엘리트주의에 빠져서 대중의 트렌드를 놓쳐서 결국 프로그램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다. 꼰대 같으면서도 정치인에게 굽실대지 않고 

그야말로 강.강.약.강.(강한자에게도 강하고 그렇지만 약한자한테도 강하다) 캐릭터

매력적이지만 너무 자기 잘난 맛에 산다.

하지만 나이 먹었다고, 여자라고, 그동안 불모지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면서 싸워왔는지가 조금씩 비칠 때마다 주변의 많은 '수퍼우먼'들도 생각이 나고

그녀 나름의 사연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무엇보다 영화는 처음부터 '내 사람'(아주 극소서)인 자기 남편 월터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헌신적인 케이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임시' 직장동료들은 죄다 백인 + 남성들이고, 이들은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마쵸적인 분위기에 취해있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주인공이 캔디 캐릭터이긴 해도, 실리적이고 화가 나면 주변사람에게 짜증도 내는 입체적인 인물이었다는 거다. 

상사에게 상처받으면 남에게 상사 욕도 하고, 자신에게 돌아와달라고 반성하며 찾아온 (중년에+최상류층의) 상사를 6층까지 걸어올라오게 하는 성깔도 있고!


그리고 여성이 불륜도 저지르고, 그걸 화해도 하고, 그걸 수많은 남자들의 불륜보다 

훨씬 더 못할 짓으로 대하고 재기불능의 도덕적 결함으로 취급하는 세상의 이중잣대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slaught shame 이라고 영화에도 나오는데, 나이 많은 (능력있는) 여자 상사가 훨씬 젊은 남자 부하직원과 혼외정사를 가진 것을 단순히(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도덕적인 문제, 에서 끝나지 않고 

'모든 여성이 얼마나 헤픈지', '왜 여자를 높은 자리에 올리면 안되는지' 에 대한 비약으로 써먹힌다.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를 취하면서도

영화의 주요 갈등소재로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상사-부하직원 간의 성추문을 성별을 역전시켜서 보여준다. 

그러면서,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여성혐오와 결부시켜서 불법성이 없었는데도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

언제든 여성의 성공을 땅바닥으로 끌어내릴 준비가 되어있는 냉혹한 사회를 보여주었다. 


엠마톰슨은 믿고 보는 배우이긴 하지만, 요즘 어쩐지 자주 '인자한 여성멘토'로 자주나오던 것에서


고집불통에 엘리트주의에 빠진 위선자라는 50대 품격있는 희극인이라니, 영화에서 자주 입고 나오는 것처럼 빈틈없게 맞췅비은 원색 정장을 입은 듯 했다.

엠마톰슨이 장면마다 입고 나오는 드레스업 세트를 보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너무 아름답고 멋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저 멋진 꽃무늬 자켓에 볼드한 귀걸이까지...!




결말에서 억지로 봉합한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러닝타임..아..) 어떤 연대, 어떤 즐거움을 향해서 모두가 이해하고 양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달까, 마음이 따뜻해졌다.  

#영화보는스텔라 #여성서사 #여러개의페미니즘 #다양한여성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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