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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쫓아오지 않아요"

영화 <얼라이드>리뷰

영화정보: <얼라이드> (Allied) 서스펜스, 드라마, 멜로/로맨스| 미국|124분 |2017 

감상정보: 20180901 w/쿠마상 via Netflix 


*첫인상 stella's look and feel

작년이던가 개봉당시에 보고싶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극장행은 포기했던 영화

브래드피트 x 안젤리나 졸리의 레전설 커플 '브란젤리나'를 탄생케 했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Mr. & Mrs. Smith, 2005)의 다크 혹은 진지버전이라고 누군가 얘기했던데-

나는 전혀 아니올시다, 라고 말하고 싶다.

'스미스 씨네 부부' 힙하고 세련된 스타일 보다는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가 가득한 영화다(물론 1940년대 2차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해서 더욱 그렇겠지만).

영화가 시작할 때 1942년 모로코, 이렇게 자막이 뜨자 쿠마상이 한 말 

"어째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네"

"아무래도 자료가 많이 남아있어서 그런거 아닐까? 아직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도 많고 하니깐"

라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그러고보니 <덩케르크>Dunkirk, 2017 도 그렇고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추구하는 영화 중에

특히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몇가지 나름의 deduction을 해보면

과거의 어떤 전쟁보다 성문화된 자료, 특히 멀티미디어자료(조악하지만 영상과 사진까지)가 풍부하다

극한의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성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절하다

민간인 희생이 가장 많았다- 전쟁의 스케일을 보여주면서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각종 첨단(당시로서는)무기가 쏟아져 나왔고, 특히 비행전이 나중에 본격적이 되므로 볼거리가 충분하다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stella 1

우아한 스파이물 vs 금지된 사랑의 로맨스물

aka 마리안 - 끝까지 그녀의 본명은 나오지 않는다. 변절한 프랑스저항군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독일인이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출산의 극한 고통에서 ce moi 라고 자신을 지칭하는걸로 봐서는 아마도 프랑스어가 모국어 아니었을지-의 심리를 따라가다보면

절절한 모성애 드라마가 되고

배신과 의심, 고뇌에 가득한 브래드피트에 이입하다보면 스릴러물이 된다.

영화 초중반과 중후반부 분위기와 메시지가 확 바뀌어서 두 개의 영화를 합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stella 2

처연한 아름다움 끝판왕

인생영화 중 하나인 <이민자>(Lowlife, The Immigrant, 2013)를 보고도 느꼈는데, 

마리옹 꼬띠아르의 아름다움은 우아함과 함께 그 자체로 감수성을 가진다(수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불어 발음을 독음하는 한국인과 영어 사용인들은 늘 고민하게 되는 듯).

처연함과 쓸쓸함을 탑재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특히 20세기 초반대의 글래머러스한 복장을 입거나 현대의 우아한 정장/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마리옹을 전신샷으로 비추는 장면에서는

누구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 에서 그녀를 보고 주인공 길처럼, 

"기가 막히게 사랑스럽군요" 라고 외치지 않을 수 없으리라.


*stella 3

의심, 무저갱의 괴로움

메릴 스트립 여왕 폐하(스텔라만의 애칭, 그리고 웬지 그래야 할 것 같다...)께서 또다시 영화 연기의 한 장을 여셨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 한 <다우트>Doubt, 2008** 에서는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없는 -그러므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인간, 그리고 그 때문에 죽을만큼 괴로워하는 인간을 다룬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맥스가 사랑하는 여인을 이중간첩으로, 그리고 자신을 이용한 배신자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순간부터 의심은 이미 독약부터 그를 좀먹기 시작한다.

마리안의 배신이 진짜든 아니든,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그를 견딜 수 없이 괴롭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과 신뢰 위에 쌓아올렸던 소중한 추억들을 '그럴 생각으로, 그런 것이었나' 라는 식으로 복기하고 회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아니 사실은 사랑하는 기억으로 만들어진 어떤 존재를 통째로 부정하게 된다. 

나는 이 즈음부터 같이 보던 쿠마상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마 이 영화의 끝에 마리안이 이중간첩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해피엔딩은 아닐꺼야. 비극으로 끝나겠지. 사실 그게 더 고급스러운 결말일지도."

물론 영화가 신파로 끝나버렸고- 그리고 나도 여지없이 눈물을 펑펑 쏟아버렸지만- 나름의 절절함이 있는 결말이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있고, 인물 간의 심리묘사가 탁월했던 부분은

어떤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그 사실 혹은 진실의 경계가 흐려짐으로 인해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감정과 그를 담아낸 미장센, 의상의 색, 배경음악을 최소화한 적막 어린 장면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연기의 신이 있었지...故필립 세이무어 호프만...R.I.P.


*다음날 생각나는 대사 stella's line pick

"아무도 쫓아오지 않아요"

영화 초반부, 마리안이 거사 후 뒤를 돌아보며 한 말.

이 영화의 중요한 복선인데, 나랑 쿠마상은 여기서 이미 캐치해 버림-_-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아무도 쫓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둘이 사라져 버리고 싶은

맥스와 마리안 두 사람의 마음을 담은 대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곳으로 떠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두사람.

마리안도 맥스도 항상 그리워했던 곳은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말을 키우며 전쟁도 아군도 적군도 없는, 그래서 의심도 없이 

마음껏 사랑만 하며 살 수 있는 매디슨햇(혹은 그 어디든 아무도 쫓아오는 이가 없는)이 아닐까.


검은 배경에 맥스와 마리안 뿐인 이 장면. 이 영화에서 가장 '쫄깃한' 장면이다.

#얼라이드 #마리옹꼬띠아르 #브래드피트 #모성애_뭘까 #영화보는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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