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 진짜 에러는 방금 그 말
11살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눈이 너무 나빠서 멀리 있는 것을 볼 때 찡그리며 봤다. 주변 사람들이 눈 나쁜 거 같으니 시력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검사를 해보니 안경을 써야 할 정도로 시력이 안 좋았다.
안경을 쓰기 시작하자 주변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 그 중 할아버지의 반응이 어린시절의 일이지만 아직 기억에 남는다. “여자는 안경끼면 꼴비기 싫어.” 난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이 나쁜데안 낄 수도 없고, 11살의 나이에 렌즈를 낄 수도 없으니까.
그 이후 눈은 계속 나빠져 안경 렌즈는 점점 두꺼워졌고, 코대가 낮은 나는 안경이 흘러 내려 수시로 올려야 했다 ㅋㅋㅋㅋㅋ
15살 때, 2006년 월드컵의 분위기를 한 껏 느끼고자 치어를 배웠다. 그리고 지방에 열리는 청소년 축제에서 공연을 했다. 관객이 20명 내외인 엄청 작은 무대였다. 공연도 아니고 사실 발표회에 가까웠다. 청소년들이 평소에 연습하던 걸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자 평소 나를 케어해주던 20대 중반의 언니가 말했다.
“너 안경을 진짜 왜 꼈어. 여자는 안경끼면 완전 에러야.”
“........”
요즘 청소년들은 렌즈를 많이 하는데, 나 때는 중학생 때는 렌즈를 착용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렌즈도 착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건데, 난 당시에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엄청 눈이 나쁜데, 안경을 벗고 할 수도 없었다.
20살이 되어 알게 된 사실은 난 렌즈를 착용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예민해서 눈에 뭐가 들어가는 걸 감당을 못 했다. 사실 겁이 많기도 했다. 그렇게 난 20대에도 계속 안경을 썼다.
24살에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출근한지 이틀 째 되었을 때, 매니저가 나한테 물었다.
“너 안경 낄거니? 안경 벗고 예쁘게 렌즈 껴야 해.”
“......?”
1인당 19,900원 하는 뷔페에서 최저시급 받으며 일하는데, 안경과 렌즈까지 간섭받아야 하는 지 의문이 들었다. 알바 면접 볼 때 엄청 연하게 화장을 하고 가니 일할 때 화장을 해여 한다고 안내했다. 사전에 협의를 본 부분이라서 알바 갈 때 화장을 했다. 그런데 안경 대신 렌즈는 무슨소리???
이 매니저는 다행히 그 이후로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아마 스스로도 터치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느낀 것 같다. 난 안경을 낀 상태로 1년 8개월을 다니며 퇴직금까지 받았다.
예전에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할 때 안경을 착용한게 화제가 되었다. 난 앞으로 이런 일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자 앵커들은 아무렇지 않게 끼는 안경이니까.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이 자기 몸에 편한 걸 선택할 수 있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