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전한 노랑 Oct 23. 2024

“아파도 참아. 예뻐지려면 어쩔 수 없어.”

아픈데 참아야 하나요?

초6부터 중3까지 치아교정을 했다. 사실 난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워낙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여서 치열이 고르지 않아도 그러려니 했다. 그럼에도 엄마가 앞니가 벌어져 있으면 복 나간다고 누누이 말했다. 신빙성은 없지만 복이 나가는 건 원치 않아서 교정을 했다.


초등학교 때 치아교정 진료를 받으며 너무 아팠다. 특히 아팠던 건 내 치아 1개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금속의 틀을 내 치아에 힘을 주어 억지로 끼는 거였다. 해당 작업을 하는 치위생사에게 너무 아프다고 말하니 아주 단호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파도 참아. 예뻐지려면 어쩔 수 없어.”


이 말을 들으면서 초6 때의 나는 생각했다.

‘예뻐지려고 하는 거 아닌데...

그리고 내가 어려도 그렇지 싸가지없이 말한다.’


부정교합 때문에 음식 먹기 불편해서, 덧니 때문에 치아가 썩어서 할 수도 있는데, 예뻐지려면 참으라니.



어른이 된 나는 지금 생각한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또한, 그에 못 지 않게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편안한 욕구도 있다. 사람에 따라 우선순위는 다른 데, 나에게는 편안한 욕구가 더 우선이다.


초6 때 시작한 나의 교정은 대실패로 끝났다. 벌어졌던 앞니는 모아졌으나 윗니 아랫니 교합이 안 맞게 되었다. 따라서 치과에 교정비용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픔을 느꼈던 고통의 시간은 보상받을 수 없었다.


스무 살부터는 교합이 맞지 않는 치아 때문에 윗니들의 사이 사이가 점점 벌어지더니 20대 중반부터는 윗니 전체가 점점 오른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씹는게 불편해진 나는 음식을 조금만 씹고 생기는 버릇이 들었다. 이로 인해 소화불량이 생겼다는 걸 알고 다시 치아교정을 할까 고민 중이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미관 상 하라고 권한 사람들이 많았다.

“고른 치아는 엘리트의 중요한 요소야.”

“치아가 바르지 않으니까 사람이 없어 보여.”

“얼굴 볼 때 흠이 보이잖아. 흠이 있으면 사람들이 무시해.”


그들 때문에 괜히 오기가 생겨서 하기 싫은 마음도 든다.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암튼 심보도 고약하다. 이런 삐둘어진 마음을 돌보기 위해 문득 마음상자를 열어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 중요한 무엇을 찾아 바라보며 회복과 치유가 필요한 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