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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Mar 17. 2022

좋은 데이터 분석가란 어떤 걸까?

아직도 답은 찾는 중이지만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를 메인으로 가지고 있을 때, 그리고 이 전문성을 더 키우기 위해 공부를 더 해야 하나 고민을 할 때 (그러면서 사실은 공부하지 않을 구실을 열심히 찾고 있을 때), 그래서 좋은 데이터 분석은 무엇이며 좋은 데이터 분석가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일지 궁금했다.


나는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라는 타이틀로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회사 안에서도 특수 도메인의 분석을 혼자 맡아하는, 그러니까 나와 같은 고민의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 회사 안에 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른 팀에 있는 분석가분들과 분석하는 주제가 달라 왕래도 별로 없었다. 그들이 하는 업무를 노션 페이지에 들어가 염탐하곤 했지만, 맥락이 없으니 무엇이 좋은 분석이었을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물론 이따금 그럴싸해 보이는 것들은 있었다. 멋들어진 차트가 들어있다거나, 유의 계수가 어떠하니 이 상관관계는 유의하지 않다거나 하는 팬시한 말들이 담겨있는 것들도 있었고, 어떤 보고서에는 흐름이 매우 논리 정연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와닿으면서도 대단한 숫자는 없어서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분석일까 궁금하게 했다.


당시 회사 안에서 가장 긴 기간 동안 데이터 분석을 담당해온 디렉터 분께 티타임을 요청했다. 질문은 중구난방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정리해보자면 세 가지 정도였다.


- 데이터 애널리스트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차이는 무엇이냐

- 잘하는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어떤 사람이냐

- 잘하는 데이터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통계나 수학적인 지식, 혹은 분석 툴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발 언어는 얼마나 중요하냐 (사실 이것에 대해 중요하지 않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 나의 요지였던 것 같긴 하다, 부끄럽게도.)


그는 이렇게 답해줬다.


1. 데이터 애널리스트와 사이언티스트의 정의는 회사마다 꽤나 다르다. 어떨 때는 그냥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데이터 애널리스트를 리브랜딩 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모델링을 하느냐 아니냐 정도인 것 같다.


2. 데이터 애널리스트는, 특히 주니어 애널리스트는 보통 data manipulator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회사에서 CEO는 leader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thinker 역할을 하는 leader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들을 위해 주니어 애널리스트들에게 데이터 추출이나 가공을 부탁한다. 하지만 잘하는 애널리스트는 thinker 역할까지 하는 분석가인 것 같다. 이런 사람이 회사에 있으면 굳이 leader를 거쳐서 의사소통할 필요가 없다.


3. 이런 면에서 보자면 통계나 수학적인 지식, 분석 툴 같은 하드 스킬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만약 네가 숫자가 너무 좋고 왜 이런 숫자가 유의하다고 말하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이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엑셀만 잘해도 된다. 엑셀도 너무 많은 것들이 가능한 훌륭한 툴이고, 좋은 애널리스트는 엑셀만으로도 좋은 thinking 좋은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아주 내 마음에 드는 답이었고 그래서 감사하고 흡족했지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그래서 좋은 thinker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의사결정이 좋은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결과적으로 좋은 의사결정이었음을 아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준비하고 실제로 내리는 과정에서 이것이 충분히 좋은지 아직은 부족한지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찾아낸 명확한 답은 여전히 없다. 그래도 의지는 생겼다. 단순한 데이터 추출이나 가공에서 멈추지 말고, 항상 사고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반성해보자면 가끔은 기계적이고 관성적일 때도 있으나, 그래도 그런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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