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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Jan 14. 2023

떼오띠우아칸과 프리다 칼로의 집

2015년 6월 27일

우리 방에 새로 온 조이스는 "갱장히" (이렇게 엽서에 적어둔 걸 발견 - 이 당시에는 갱장하다는 말을 곧잘 썼나 보다) 부지런하다. 덕분에 아침 여섯 시 반에 기상해서 떼오티우아칸으로 출발. 가는 길에 express 편의점에서 비싸지만 싸구려 샌드위치를 사서 갔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친구들은 아침도 간식도 샀더라. 비교적 배고프게 하루를 다녀야 했어서 왜 나는 그 생각을 진작에 못했을까 아쉬웠다.


짐을 바리바리 어깨에 메고 다니기가 싫어서 아빠한테 뺏어오다시피 빌려온 바람막이를 입고 주머니에 모든 짐을 쑤셔 다녔다. 샌드위치도 물도 핸드폰도 다 묵직하게 내려앉아있는 게 어깨와 손은 비어서 좋으면서도 걸어 다닐 때마다 허벅지를 스쳐 안 좋기도 했다. 그래도 떼오띠우아칸으로 향하는 버스가 춥기도 했고, 아무튼 입고 오기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한낮이 되어 기온이 올랐을 땐 허리에 묶어도 묶어도 그 무게 때문에 계속 흘러내리던 건 좀 귀찮았지만 말이다.

꽤나 멀리있는 곳에 앉아 찍었는데도 너무너무너무나도 컸다! 피라미드는 역시 재밌어! 불가사의 존잼!

혼자 다니는 여행이었지만 호스텔 친구들과 같이 다니느라 아주 혼자는 아닌 멕시코 시티 여행이었는데, 특히 이곳은 더더욱 친구들과 같이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땡볕도 땡볕이고, 오르막도 오르막이고. 친구들 없었으면 지루하고 짜증도 났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어서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감정끼리 증폭되어서 그 유적의 경이로 음에 대해 좀 더 감탄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돌아갈 때는 올 때와는 다른 버스를 탔다. Norte 정류장에서 La Raza라는 정거장까지 걸어가 전철을 탔는데, 정류장 하나가 엄청 큰 과학 박물관같이 생겨서 놀랐다. 환승구간이 길어서 그렇게 꾸며놓은 것 같긴 한데, 예상치 못한 공간에 Lucky day! 같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랄까.


오후에는 프리다 칼로 생가인, Casa Azul로 향했다. 파란 집이라는 이름의 곳.

정말 정말 파랗다!


사실 오기 전에는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프리다 칼로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기 직전엔 프리다 칼로 전도 한국에서 보고 왔는데, 집이 뭐 더 볼 게 있겠나 했어서였다.

하지만 정작 가보고는 오기 얼마나 잘했다고 생각했는지! 가격이 다른 관광지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긴 하지만 집 자체부터가 알록달록 아름다웠다. 프리다 칼로는 항상 색채도 그렇고 사용하는 표현, 그리고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아직 나 스스로 구체화하지 못한 뭔가 모를, 슬프지만 감탄하게 되면서도 부럽고 아쉬운, 복합적인 기분이 들게 한다. 그 많은 역경 속에서도 강한 사람인게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과 사진들을 보고 나면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꽤 여운이 깊게 남는다. 몇 번을 봐도 그렇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색채감이 넘치는 이 Casa Azul에 있자니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왜 디에고 리베라가 자기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나다고 칭송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열렬히 사랑할 수 있었는지 (비록 나중엔 배신을 때렸지만) 체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멋지고 유능하고 재능 넘치는 사람을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젠간 나도 강하고 소신 있으며 유능한 사람으로, 그래서 적어도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칭송받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순간순간 아주 강하게 바란다.


Viva la vida. 이 말을 자주 외칠 수 있기를 바랐던 그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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