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4일에서 5일
24시간의 버스 여정을 끝내고 겨우 플라야델까르멘에 도착했다.
플라야델까르멘은 칸쿤에서 두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칸쿤 보다는 좀 더 로컬 하면서도 캐주얼한 관광동네다. 관광동네답게 날은 덥고 곳곳에 야자수가 잔뜩이었다.
숙소 예약도 없이 도착한 곳이라, 나는 물에 잔뜩 불은 발을 이끌고 나의 첫 번째 숙소 후보지로 향했다. 다행히 방이 있었다. 짐을 풀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이렇게 더운 날에도 몸이 으슬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찾아보니 이곳 마트에서 오뚜기 라면을 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트에 가서 파란 봉지의 처음 보는 OTTOGI 라면을 찾아냈다.
바로 돌아와 라면을 끓였다. 오랜만에 맡는 칼칼한 냄새에 목구멍이 따가웠다. 기침을 하면서도 열심히 끓여 라면을 먹었다. 아. 이 맛이지. 몸에 열이 훅 돌면서 나른해졌다. 역시 한국인의 소울푸드.
어제 정신없이 하루를 쉬고 새로운 날이 됐다. 내가 터를 잡은 호스텔은 한국인이 하는 곳이다. 약간 파티 호스텔 느낌이라 그런 것치고 외국인도 꽤나 많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인지 한국인이 꽤 많이 모이는 곳이었다. 호스텔에서 일하는 언니도 한국인이었다.
나의 원래 일정은 오늘 세뇨떼를 가는 거였는데, 호스텔 엘리 언니는 오늘 일요일이라 다이빙하러 오는 현지인들이 많아 세뇨떼가 북적일 거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자기랑 같이 아쿠말에 가자고 했다.
나야 길도 모르고 같이 가준다면 땡큐인 상황이었다. 바로 출발하기로하고 짐을 싸다 같은 방을 쓰는 프랑스인 소피도 동행하게 됐다. 봉고차를 타고 향한 아쿠말은 더웠지만 너무 예뻤다. 해초가 좀 많아 어느 정도 수심까지 가기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바다색이 거의 네 개의 레이어로 되어있었다.
구명조끼 없이 하는 스노클링은 처음에는 발이 안 닿아서 좀 당황했지만 그래도 바닷물이라 할만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거북이가 정말 많아서 쉽게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거의 물 반 거북 반이랄까.
게다가 거북이들은 얼마나 예쁜지! 눈이 정말 예쁘고 등딱지도 다 다르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크기도 아주 컸다. 한 번은 사람들 없는 스팟에서 아주 커다란 거북이랑 수영하는데 거북이가 바로 내 아래 있고 계속 계속 같은 속도로 수영하고 있지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자꾸자꾸 웃음이 났다. 한 번은 조금 작은 거북이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걔는 사람을 좀 의식하는 애인지 도망가더라. 물속에서 수영하는 거북이는 너무나도 빨라서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산호초 근처에서 하는 스노클링은 내가 밟아서 망가뜨릴까 봐 오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에서 헤엄치던 아주 작고 파란, 반짝반짝 빛났던 물고기는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다. 파랗고 작은 아이에 홀려있다 고개를 돌린 곳에 갑자기 나타난 아주 크고 흉악한 물고기는 날 놀라게 했지만 말이다.
어찌나 정신을 빼놓고 놀았던지 등이 홀라당 다 타버였다. 돌아와서 샤워하는 동안 찬물로 식혔는데도 등에 닿은 옷이 따가웠다. 그래도 다시 가라면 오백번도 더 갈 아쿠말, 생각만 해도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