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물
'어른이 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해?', '몇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거야?'를 물으며 깔깔 웃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 지더니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
"어른이 되면 엄마는 죽잖아. 도진이는 어른이 되도 무서워. 으앙~"
마흔을 넘기고 낳은 아이들이라 너희가 성인이 되면 엄만 할머니가 될 거란 말을 자주 했다. 오늘도 '어른이 되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스무살에서 여섯 살을 빼면 열 네살이니까 14년만 있으면 어른이 되겠다고 말해주면서 버릇처럼 '그럼 엄마는 할머니가 되겠네'라고 했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오랫동안 서럽게도 울었다. 할머니가 되면 다 죽는데 엄마도 죽겠구나 싶었나 보다. '네가 어른이 되고 한참 있다 죽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어른이 되는 건 뭔지도 모르겠고 느껴지지도 않지만 엄마가 사라진다는 건 실제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어른이 될 때까지 살거냐, 군대에 다녀 올 때까지 살거냐 물으며 그래도 무서울 것 같다고 하는 아이에게 어른이 되서 군대도 갔다 오고 예쁜 여자 친구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 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살아 있겠다고 아이에게 다짐했다.
자신이 낳을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엄마가 살아 있겠다고 하니 좀 먼 미래라 느껴졌는지 아이는 좀 진정하는 듯 했다. 잠시 진정했다 또 뭔가가 생각났는지 '술을 많이 마시면 빨리 죽는다'며 슬퍼했다. (아들아 엄마가 술을 언제 그렇게 많이 마셨다고... ㅠ.ㅠ) '엄마는 술 많이 안 마신다.', '엄마는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며 아이를 달랬다. 아이의 작은 손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엄마를 꽉 끌어 앉았다. 아이의 작은 품에서 불안과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아빠를 잃은 건 만 8살 때였다. 기억이 사라진 것인지 난 내 아이처럼 그렇게 불안에 떨거나 서러워 운 적은 없는 것 같다. 남편은 그게 모성애 못지 않음에도 부성애를 인정 받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아빠들의 설움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좀 둔한 건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내 아빠에게 미안했다.